민간 보험사에 1건당 30만원 받고 87건(1억850만명분) 진료자료 넘겨
시민단체·의사협회 "보험사 이윤만 보장…법 위반 있는지 규명해야"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돈을 받고 국민 진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넘긴 후폭풍이 거세다. 시민단체 등은 심평원을 강하게 질타하고, 대한의사협회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까지 촉구하고 있다.
2일 대한의사협회와 건강과대안·참여연대·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는 지난 3년간 민간 보험사와 민간 보험연구기관 등에 1건당 수수료 30만원을 받고 진료정보가 담긴 표본데이터셋 87건(누적 1억850만명분)을 넘긴 심평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표본데이터셋은 성별과 연령, 진료내역, 처방내역 등이 담긴 빅데이터다.
시민단체와 의사협회 등은 진료정보를 취급하는 심평원의 안이한 인식을 지적하고 있다. 데이터셋을 비식별화하고 '영리 목적 사용 불가'라는 서약서를 받아도 이를 무력화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데이터셋을 분석해 가입자에 불리하도록 상품 설계를 안해도 특정 보험상품 출시 여부를 결정하는 경영상 판단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셋을 갖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보험사는 경쟁력이 생기는 셈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진료정보를 분석해 보험사가 유리하도록 상품을 만들 수 있다"며 "이외 (데이터셋을) 보험사 실적과 관련해서 판단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데이터셋 요청과 분석이) 사기업의 노력이라고 하더라도 (심평원이) 청구 자료를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냐"고 반문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심평원의 이런 행위는 보험사 이윤만 보장해주는 격이지 국민의 건강권 향상에 전혀 이로운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료=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 |
이와 함께 시민단체와 대한의사협회는 심평원이 주먹구구식으로 진료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의료수가 논의를 위해 의료단체가 심평원에 자료를 요청해도 거절당하기 일쑤였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심평원의 진료 빅데이터 제공을 중단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개인정보 보호와 공공데이터 이용 관련 법률을 검토해 의료 빅데이터 제공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향이다.
이와 관련 심평원은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료 내역 등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공공데이터 제공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놓고 (데이터셋을 제공하지 않은) 건강보험공단과 저희(심평원) 해석이 달랐다"며 "복지부와 논의해 통일된 기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춘숙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심평원이 지난 3년간 심평원이 돈을 받고 민간 보험사에 진료데이터를 넘겼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