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화분 '플랜티', 미국 크라우드 펀딩 10만달러 선주문 달성
컨테이너 농장 '플랜티 큐브', 중동·중앙아시아 수출
김혜연 대표 "모든 가정에 스마트 농장 보급이 목표"
[ 뉴스핌=성상우 기자 ] #덴마크 코펜하겐의 포쉬텔(Poshtel) 호텔. 이 호텔에선 직접 키운 채소로 만든 샐러드를 투숙객에게 제공한다. 자체 농장이 있지만 이곳에서 직접 작물을 재배하는 직원은 없다. 이 농장은 스스로 작물을 키우는 '스마트 팜'이기 때문이다. 씨를 뿌릴 일도 없고 물을 주거나 흙을 갈 필요도 없다. 식물 성장에 필요한 환경을 농장이 스스로 조절하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호텔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채소는 직접 키우는 직원 한 명 없이 모두 이 곳에서 '스스로' 자라고 있다.
스타트업 '엔씽'이 판매하는 스마트 농장 '플랜티 큐브'의 실제 사례다. 플랜티 큐브는 40피트(Feet)형 컨테이너 안에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텃밭을 구축해 놓은 상품이다. 사람이 전혀 손 대지 않아도 소프트웨어가 농장을 운영하고 50여 종의 식물을 직접 키운다.
엔씽 창업자인 김혜연 대표는 "모든 사람이 농부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창업 목적"이라면서 "신선한 채소를 제때 얻을 수 있고 재배하는 과정에서 얻는 소소한 재미는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 미세먼지나 살충제 등으로 깨끗한 채소를 구하는 것이 점점 어렵게 되면서 우리 상품의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물인터넷 기반의 '스마트 농장'이라는 아이디어는 창업 전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자연스럽게 얻었다. 농업시설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시절 중앙아시아에서 토마토 농장을 일궜고, 다음 직장인 전자부품연구원에선 IoT 플랫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농업과 IT의 결합'을 통해 사람들이 보다 쉽게 농업을 접하도록 한다는 사업 구상이 이때 완성됐다.
첫번째 제품은 스마트 화분 '플랜티'다. "일상에서 농업을 접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 단위가 '화분'이고 농업이라는 거창한 주제보단 작은 화분이 일반 가정의 고객들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것"이란 김 대표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탑재된 통신모듈을 통해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화분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온도·토양습도·조도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센서와 원격 급수가 가능한 펌프가 제때 물을 공급하므로 사람이 직접 손댈 필요가 없다.
이 화분을 소형으로 규격화 시킨 것이 모듈형 수경 재배기 '플랜티 스퀘어'다. 각 모듈 안에 인공토양과 씨앗이 들어있어 수분을 공급하면 성장이 시작된다. 이용자가 원하는 개수만큼 모듈을 구매해서 연결시키면 텃밭 하나가 완성된다. 바질, 민트 등 최근 식용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허브류를 중심으로 50여 종의 작물을 키울 수 있다.
엔씽의 스마트농업 완성판 제품은 컨테이너형 스마트 농장 '플랜티 큐브'다. 40피트 컨테이너가 기본 단위다. 원하는 규모에 따라 컨테이너 여러 동을 연결할 수 있고 각 컨테이너 안에는 수백~수천개의 플랜티 스퀘어로 구성된 농장이 구축된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소프트웨어가 농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작물 재배를 위해 필요한 작업은 정기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뿐이다.
컨테이너 곳곳에 탑재된 센서들이 온도·관수상태·조도·대기 습도를 비롯해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농장 환경이 최적화된다. 이용자는 스마트폰과 PC를 통해 실시간으로 농장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제품 중 플랜티 큐브의 매출 규모가 가장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업 기술의 발달로 농사를 짓지 못하던 중동 및 유럽, 동남아 등지의 국가들에서 실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는데, 여기에 사물인터넷이 더해지면서 경작 인력이 필요 없어지고 원가절감과 신선도 면에서도 월등한 스마트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엔씽의 스마트팜 <사진=엔씽> |
실제로 엔씽 제품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에서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 화분 '플랜티'는 지난 2015년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10만달러의 선 주문을 달성했고, 이듬해 일본의 로컬 크라우드 펀딩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플랜티 큐브 역시 대규모 실내 농업이 필요한 해외 국가들을 비롯해 자체 농장이 필요한 식품 관련 기업, 호텔, 병원, 학교 등 다양한 고객군으로부터 납품 요청이 이어지는 중이다.
벤처투자사(VC)들도 스마트 농업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5년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20억원 규모 투자에 이어 지난해 6월 중국 투자사로부터 50만 달러를 추가로 유치했다.
김 대표는 "최근 미국에선 가정에서 먹는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는 게 유행인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도 이같은 흐름에 합류할 것"이라며 "모든 골목에 편의점들이 있듯, 모든 가정에 스마트 농장이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