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협력관계 중소기업 휴무 일수 상대적으로 낮아
대기업 납품기일 걱정과 매출 감소 등 우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한 대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A사는 10일 간의 추석 휴무 동안 절반 이상을 꼬박 일하게 생겼다. 대기업이 주문한 부품 납품기일을 맞추려면 하루하루 전쟁을 치러야하기 때문. A사 관계자는 "추석휴가는 대기업 협력사들에게 그림의 떡"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 한 대기업에 전자부품을 납품하는 B사 역시 추석 황금연휴가 그리 달갑지 않다. 대기업이 요구한 부품의 납품기일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납품기일을 맞추려면 추석 전후 3일을 제외하고 꼬박 공장 라인을 돌려야 될 상황이다. B사 관계자는 "매번 연휴때마다 전쟁을 치뤄야 되니 황금연휴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2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최장 열흘의 황금연휴를 맞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연휴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 100~200인 이하 중소기업 47% 6일 미만 휴무 계획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10일간의 황금 연휴기간 동안 9일 이상 휴무를 계획하고 있다는 중소기업이 절반 정도 차지한 반면 8일 이하로 계획하고 있다는 중소기업도 상당수 나타났다.
특히 매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기업들의 휴무 계획 일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0~3일 간만 휴무를 계획하고 있다는 중소기업도 10%에 가까워 이번 황금 연휴가 숲으로 돌아갈 상황이다.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은 100~200억 이하 중소기업들의 휴무일 수가 두드러지게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100~200억 이하 중소기업들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47% 가량이 6일 미만 휴무를 계획하고 있다.
해당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과 협력하는 구조다보니 대기업이 쉬는 동안 협력사들은 대기업의 물량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매번 연휴 때마다 직원들과 전쟁을 치뤄야 하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고통을 털어놨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도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납품기일을 맞추다보면 매번 연휴 기간 동안 제대로 쉴 수가 없다"며 "이번 황금 연휴에도 5일 정도는 회사에 출근해 근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대기업 납품기일 조절 배려 필요
중소업계에선 대기업의 납품기일 조절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많은 중소기업들이 연휴 동안 마음편히 쉴 수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매출 100~200억 이하 중소기업들에게서 휴무 계획 일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도 대부분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100~200억 이하 중소기업들은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며 "대기업이 납품기일을 양해해 주지 않으면 중소기업들은 쉴 수가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매출 감소 또한 중소기업들이 휴무를 우려하는 한 가지 이유다. 10일 추석 연휴 동안 공장라인을 멈추게 되면 그만큼 매출이 감소하고, 부메랑이 되어 경영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협력관계에 있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10일 추석 연휴를 다 쉬게 되면 매월 매출의 30%가 넘게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여유 자금이 없다보니 당장 인건비 걱정을 해야 하고 여러날 공장을 멈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성훈 기자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