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교보 등 대기업 금융그룹 모두 감독 대상
[뉴스핌=이지현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를 시행한다. 삼성·한화·교보 등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이 통합감독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그룹 내 계열사 간 부당 지원이나 위험 관리 규정도 더욱 엄격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7일 '금융그룹 통합감독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 행사에 참석해 새 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경제 민주주의의 일환으로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경제 민주주의란 시장참여자들이 대등한 관계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금융그룹 소속 금융회사가 고객 재산을 계열사 부당 지원에 이용하거나, 계열사 간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 고객에게 손실을 끼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
지난 1990년대 이후 금융산업이 대형화되고 되면서 금융그룹의 수와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2005년 34개에 불과했던 금융그룹은 지난해 43개로 늘었다. 그룹에 속한 금융사 수도 같은 기간 125개에서 192개로 증가했다.
금융그룹에는 신한‧하나‧KB와 같은 금융지주, 우리은행‧미래에셋‧교보 등과 같은 금융모회사그룹, 삼성‧한화‧현대자동차 등 금융과 산업이 결합한 금산결합 유형이 있다. 이들 금융그룹이 보유한 금융 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734조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거대 금융그룹이 등장한 뒤 계열사 부당 지원이나 고객 자산 손실 등의 피해 사례가 이어졌던 것.
2013년 동양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동양그룹은 출자나 신용공여에 있어 다른 업권 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대부업체를 통해 비금융계열사를 우회 지원했다. 또 자회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투자부적격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해 비금융계열사를 지원했다. 그러다 비금융계열사 부실이 발생, 다른 계열사에 영향을 미쳤고 불완전판매로 소비자 피해까지 발생했다.
해외에서는 금융그룹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일찌감치 통합감독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1996년 국제금융감독기구는 'Joint Forum'을 결성해 금융그룹 통합감독방안을 논의했다. 또 2000년대들어 유럽연합(EU)와 일본, 호주도 금융그룹 통합감독방안을 법제화하거나 감독 지침을 통해 시행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2000년에 만들어진 금융지주회사법이 유일한 통합감독제도다. KB금융과 같은 금융지주회사들은 이 법에 따라 지주 차원에서 그룹 전체의 위험을 통합 관리하지만, 금융지주가 아닌 금융그룹은 이 법을 적용받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최근 금융그룹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건전성 감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금융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금융그룹 통합감독방안 구축에 나셨다.
당국은 이날 공청회를 시작으로 감독대상 금융그룹 선정기준 및 주요 감독사항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고 종합적인 통합감독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해 중으로 최종 방안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모범 규준안과 법안을 동시에 마련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회색 코뿔소’와 같은 위험을 미리 관리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회색 코뿔소는 미리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며,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큰 위기를 겪게 된다.
그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발생 개연성이 크고 위험에 따른 연쇄효과가 큰 회색 코뿔소와 같은 위험을 미리 관리해 시스템 안정을 확보하고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최 위원장은 경제민주주의의 일환으로 ▲스튜어드십 코드의 확산과 내실화 지원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처벌, 불법 부당한 회계처리에 대한 방지 장치 내실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등의 계획을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