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물론이고 수입 의존하는 기업도 일대 혼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빌미로 중국과 무역을 중단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군사 도발에 제동을 걸기 위해 보다 강력한 경제 제재를 모색하고 있지만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한과 무역이나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북한의 무역 파트너는 중국 이외에 파키스탄과 필리핀, 러시아, 인도, 태국 등 다수에 이르지만 중국과 교역 규모가 가장 크고, 북한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북한의 대주 수출 규모는 23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무역에서 83%에 이르는 수치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과 비즈니스를 갖는 모든 국가를 위험천만한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국가로 간주할 것”이라고 언급,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적 생명줄을 끊어 놓기 위해 중국과의 무역 단절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무역 단절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뿐 아니라 실제 이를 행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상품 및 서비스 교역 규모는 65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휴대폰과 컴퓨터부터 가구, 신발에 이르기까지 지난해 미국의 중국 상품 및 서비스 수입 규모는 4790억달러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미국의 3위 수출 시장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 수출은 약 17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대중 교역을 단절하거나 크게 제한할 경우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과 소비자 역시 커다란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2015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컴퓨터 가운데 63%가 중국산이었고, 수입품 전화기와 가구의 중국 비중 역시 각각 29%와 49%에 달했다. 방송 장비(73%)와 가죽 신발(53%), 매트리스(79%), 스웨터(39%) 등 대다수의 품목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의 지배력이 확인됐다.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라시아 그룹의 스콧 시먼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인 무역 단절보다 북한과 거래하는 개별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은행을 포함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역시 중국 정부의 부정적인 반응을 고려해 제한적인 수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