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달러 1.20달러 뚫고 올라..2015년 1월 이후 처음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초 이후 강한 랠리를 펼친 유로화가 주요 저항선을 3년만에 뚫고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29일 북한의 또 한 차례 미사일 도발로 인해 안전자산이 파죽지세로 오르는 가운데 유로화에 대한 ‘사자’가 홍수를 이뤄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유로화 <사진=블룸버그> |
금값과 스위스 프랑화, 독일 국채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낸 반면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하락한 것은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이날 런던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0.8% 가량 오르며 1.2071달러까지 뛰었다. 유로/달러가 1.20달러 선을 뚫은 것은 2015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의 상승 폭은 14%로 확대됐고, 이날 장기 저항선을 뛰어넘으면서 추세적인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초 이른바 트럼프 랠리가 후끈 달아올랐을 때 월가 애널리스트는 유로/달러 환율이 등가에 이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지만 예측이 크게 빗나간 셈이다.
투기 거래자들을 중심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월 6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에 겨냥, 공격적인 베팅에 나서며 유로화를 끌어올렸다.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의 스튜어트 베네트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또 한 차례 미사일 도발을 강행했는데도 유로/달러가 1.20달러를 넘은 것은 달러화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는 의미”라며 “유로화는 고평가된 상태이지만 트레이더들은 추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주 미국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보다 세계 교역을 포함한 거시경제 측면의 쟁점에 대해 언급했다.
코메르츠방크의 마리아 라이체트 외환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은 여전히 드라기 총재의 잭슨홀 연설을 소화하고 있다”며 “이와 동시에 미국은 소위 정부 셧다운 리스크부터 통화정책 불확실성까지 전반적인 상황이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유로화의 상승을 점치고 있다. 모간 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유로화 보유 비중이 낮은 만큼 유로/달러가 1.2280달러까지 가볍게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유로화의 상승 폭이 컸지만 극심한 저평가가 해소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추가 상승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판단이다.
정책자들은 반갑지 않은 표정이다. 드라기 총재는 잭슨홀 연설에서 유로화 강세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에서 정책위원들의 경계감이 확인됐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드라기 총재가 구두 개입을 통해 가파른 유로화 상승에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