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표시 부채 2500억유로 달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신흥국의 유로화 표시 부채가 사상 최고치에 이르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 매입 축소 움직임에 따른 파장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른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의사를 밝혔을 때 나타났던 금융시장의 발작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유로화 <출처=블룸버그> |
22일(현지시각)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신흥국의 유로화 표시 부채는 약 1000억유로 급증, 2500억유로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
멕시코가 보유한 부채만 420억유로를 상회, 2010년 이후 네 배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 2년 6개월 사이 신흥국의 정부와 기업들은 바닥권으로 떨어진 유로화 조달 비용으로 쏠쏠한 반사이익을 챙겼다.
문제는 ECB가 월 6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년 금융시장의 혼란을 기억하는 투자자들은 채권을 포함한 신흥국 금융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ECB 정책자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극히 조심스럽고 방어적이며 점진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양적완화(QE) 축소 움직임이 이머징마켓의 랠리를 꺾어놓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4년 전 테이퍼링 발작이 금융시장을 강타했을 때 MSCI 이머징마켓 지수의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 증발했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취임 이후 ECB는 2조유로(2조350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을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급했다.
그가 지난 6월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할 뜻을 밝혔을 때 MSCI 이머징마켓 지수가 한 주 사이 2%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반영했다.
파장은 외환시장에서도 두드러졌다. 특히 터키 리라화와 남아공 랜드화가 유로화뿐 아니라 달러화에 대해서도 가파르게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번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중앙은행 정책자들의 심포지엄에 집중됐지만 드라기 총재가 정책 변화에 대한 발언을 이번 연설보다 9월이나 10월 회의에서 밝힐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편 신흥국의 유로화 표시 부채가 급증했지만 달러화 부채의 총액이 1조7000억달러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ECB의 ‘출구전략’에 따른 충격이 2013년 연준의 테이퍼링에 비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UBS의 마니크 나레인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ECB의 자산 매입 축소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4년 전만큼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