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로 사업 영역 확대, 일본 와콤과 기술 협력
간편결제 등에 활용...음성인식 제품 개발도 검토
[뉴욕=뉴스핌 최유리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핵심 무기인 'S펜'으로 전자서명 시장을 노린다. S펜이 B2C(기업-소비자 거래) 시장을 넘어 B2B(기업 간 거래)로 영역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피에르 호텔에서 S펜 협력사인 일본 와콤과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와콤은 1987년 세계 최초로 무선 펜 태블릿을 출시하는 등 디지털 펜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회사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처음 나온 2011년 삼성전자와 함께 S펜을 출시한 후 현재까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부타카 이데 와콤 부사장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와 와콤이 노리는 다음 영역은 전자서명 시장이다. S펜으로 지문처럼 개인마다 다른 필체를 파악해 보안성을 높인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기업 내 결재, 기업 간 계약 과정에서 종이가 사라지고 디지털 문서가 이를 대체하면서 전자서명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노부타카 이데 와콤 부사장은 "서명의 형태뿐 아니라 압력, 속도, 기울기 등 이용자의 사인 행태를 분석하면 고유의 필체를 파악할 수 있다"며 "와콤은 해당 분야에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와콤의 하드웨어 기술에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노하우를 녹여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간편 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 보안 플랫폼 '녹스', 홍채 인식 기술을 전자서명에 접목하는 방식이다.
채원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 전무는 "와콤의 기술에 삼성전자의 서비스를 더해 전자서명의 보안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B2B 분야에서 몇몇 업체와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체뿐 아니라 이용자의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S펜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 S펜에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서비스 '빅스비 보이스' 기능을 도입하면 음성으로 스마트폰을 원격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채 전무는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 없지만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S펜 마니아들을 위한 기술 진화도 이어갈 예정이다.
S펜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핵심 특징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개발관리팀장(전무) 시절 회사수첩을 우연히 꺼내보다가 수첩처럼 길쭉한 길이의 대화면 휴대폰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노트 제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갤럭시 노트8 딥씨 블루 <사진=삼성전자> |
최근 미국, 영국, 한국 등 5개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갤럭시 노트 사용자의 72%가 S펜을 노트의 고유한 특징으로 꼽았다. 사용자의 64%는 S펜 덕에 다른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보다 생산성과 효율성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최신 제품인 '갤럭시 노트8' S펜은 2011년 초기 제품 대비 필압 감지 정도가 16배 증가했다. 필압 감지 정도가 높아지면 펜의 움직임을 보다 정교하게 인식해 종이에 쓰는 듯한 필기감을 구현할 수 있다. 펜촉의 지름은 0.7mm로 전작(1.6㎜)의 절반 이하 수준(0.7㎜)으로 줄었다.
펜으로 작성한 글씨나 그림을 GIF파일로 만들어 움직이는 이모티콘처럼 전송할 수 있는 '라이브 메세지' 기능을 새로 적용하고, 번역 기능을 문장 단위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이데 부사장은 "S펜은 디지털 펜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며 "향후에도 다양한 산업 파트너들을 위해 더 지능적인 S펜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