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종목 주도 장세 오래 못가"
풋옵션, 콜옵션 거래량 2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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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올해 아시아에서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는 홍콩 증시에 최근 비관론이 팽배하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이 콜옵션 대비 10년 만에 최고치로 늘어났다.
이는 아시아 주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소수 종목이 주도하는 장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4일 자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달 홍콩 항셍지수의 풋(매도) 옵션 거래량은 지난 2011년 8월 이후 최대치에 근접하고 있다. 항셍지수의 변동성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풋/콜 비율(풋옵션 거래량을 콜옵션 거래량으로 나눈 값)은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일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항셍지수는 올 들어 25% 상승했다.
홍콩 항셍지수 1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이 처럼 증시 하락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늘어난 배경에는 최근 북한과 미국의 긴장 고조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것은 특정 종목에 대한 쏠림 현상 우려다. 최근 홍콩 증시에는 중국 경제 안정과 기업 이익 개선 기대를 배경으로 막대한 투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투자금이 텐센트, AIA, 핑안보험과 같은 일부 종목에만 몰려 이들 종목이 하락할 경우 증시가 함께 뒤집힐 수 있다는 경계론이 제기돼 왔다.
예를 들어 올해 들어 텐센트의 주가는 73% 뛰었는데 이는 항셍지수 상승분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델타아시아증권의 빅터 아유 수석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수 상승이 소수 종목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외부 충격이 오면 시장에 큰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항셍지수의 변동폭은 5년 평균치를 밑돌고 있지만, 지수의 변동성은 지난 7월 저점에서 40% 반등한 상태다. 이달 지수 상승세가 누그러지면서 매일 평균 항셍지수의 풋옵션 거래량은 3만계약을 기록했다. 콜옵션 거래량 1만9500계약과 대조되는 수치다. 지난 22일 풋옵션 거래량은 콜옵션의 2배를 넘어섰다.
투자자들의 하락 베팅이 늘어나면서 헤지 비용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BNP파리바스의 슈아이 첸 주식 및 파생상품 전략가에 따르면 항셍지수의 3개월 만기 콜옵션 대비 풋옵션 비용은 올해 초 저점에서 반등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옵션 가격이 낮은 변동성에 책정돼 있기 때문에 지금 옵션을 사들이더라도 변동성이 늘어나면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항셍지수가 신고점을 기록하기 전에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콤인터내셔널홀딩스의 하오 홍 수석 전략가는 증시가 수 주안에 하락할 것이라면서 10%의 조정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2주 전에 5%에 가까운 조정을 경험했다"면서 "하지만 이는 짧은 기간에 불과했고 우리가 기다리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10%의 조정이 일어나면 저가 매수의 기회를 노려야한다"고 조언했다.
항셍지수 풋/콜 비율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