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이후 금선물 12.1%상승..S&P500지수 9.2% 제쳐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정치권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이 상승 탄력을 받는 가운데 금값이 주식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금이 주식을 제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올들어 뉴욕증시가 수 차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지만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작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골드바 <사진=한국거래소> |
24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8월 인도분 금 선물이 올들어 12.1% 뛰었다. 금 선물은 온스당 1290달러 내외에서 거래, 1300달러 선을 뚫고 오를 기세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는 9.2% 올랐다. 연초 트럼프 랠리에 이어 2분기 기업 실적 호조를 빌미로 주가가 강한 상승장을 연출했지만 금값을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가 강세를 보인 한편 바닥권에서 정체됐던 CBOE 변동성 지수(VIX)가 최근 몇 주 사이 오른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투기거래자들이 금값 상승에 적극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한 주 사이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의 금값 상승 베팅이 17만9537계약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10월4일 이후 최고치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금리를 추가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초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역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부터 세금 인하, 규제 완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경기 전망 역시 흔들리고 있다.
킷코 메탈스의 피터 허그 글로벌 트레이딩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재정 개혁 없이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가로막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달러화 하락도 금값 상승에 힘을 보탰다. 연초 트럼프 랠리를 연출했던 달러는 워싱턴 정치권 리스크가 번진 데다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가 꺾이면서 하락 압박을 받았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연초 이후 12% 가량 떨어졌고, 그 밖에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일제히 약세다. 연초 이후 16개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화는 7% 이상 하락했다. 이 때문에 달러화 표시 자산 가격이 상승 탄력을 받았고, 금도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한편 금값이 주식보다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다. 1990년 이후 27년간 연간기준으로 금값이 주식을 추월한 것은 총 13차례로 나타났다.
하지만 WSJ은 2009년 2분기 뉴욕증시의 장기 강세장이 전개된 이후 금이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