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특혜 우려 불식됐다…깐깐한 기준 개정해야"
"신산업·융합산업 포함해 선제적 사업재편 유도해야"
"일본보다 속도 빠르지만 지속적인 사업재편 중요"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14일 오후 2시39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 시행 2년차를 맞아 깐깐한 공급과잉 기준을 보다 완화하고, 신산업과 융합산업까지 포함해 지속적인 사업재편을 촉진해야 합니다."
지난 1년간 '기활법 전도사' 역할을 담당해 온 정갑영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장(전 연세대 총장)은 14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기활법 손질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승인기준을 완화해야 본래 취지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
정갑영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장 <뉴스핌 DB> |
지난해 2월 정치권이 법을 제정할 때 제기됐던 '대기업 특혜' 우려가 불식된 만큼 시행 2년차를 맞아서는 승인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위원회 내에서도 폭넓게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법령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령은 사업재편 지원 대상을 '공급과잉' 업종으로 한정하고 그 기준을 매우 깐깐하게 규정하고 있다. 해당 업종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보다 15% 이상 감소해야 하고, 가동률과 재고율, 고용대비 서비스생산지수, 가격·비용변화율, 업종별 지표 등 5개 보조지표 중 2개 이상이 산업평균보다 악화돼야 한다. 신산업 등 사업재편 심사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법 개정 사항이고 공급과잉 기준 손질은 시행령 개정 사항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일본에 비해 (사업재편)속도가 빠르지만, 지속적인 사업재편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법령 손질이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에 기인해서 기업이 적극 혁신할 수 있게 신산업과 융합산업도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한 "입법 과정에서 '대기업 특혜' 우려 때문에 (공급과잉 기준이)상당히 제한돼 시행됐다"며 "예를 들어 영업이익률 15% 감소 규정을 10% 수준으로 완화하거나 다른 기준들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체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다음은 정갑영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기활법 시행 1년을 전체적으로 진단한다면.
▲지난 1년 간 46개사가 사업재편을 승인 받았는데 당초 기대보다 훨씬 많은 기업들이 신청했다.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재편에 나름대로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양적인 규모에서 일본과 비교하면 어떤가.
▲시행 첫해 일본은 월평균 3.3개사가 승인됐는데 우리나라는 3.8개가 승인됐다. 상당히 많은 건이 승인됐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규모 차이를 감안하면 우리가 훨씬 더 빠른 것이다.
-업종·규모별 평가는 어떤지.
▲업종별로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기계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일본에 못지않게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기업 규모별로도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 규모에 상관없이 많은 기업이 신청했기 때문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된다.
-입법 당시 '대기업 특혜' 우려가 있었는데 불식됐다고 보나.
▲자료(승인기업 수)가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 대기업은 신청하더라도 제약조건이 많다. 입법 단계에서 우려됐던 것처럼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법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중소·중견기업에게도 유용한 정책이라는 게 밝혀졌다.
-대기업 참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대기업 참여가 미진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제도 시행이 초기라서 산업계에서 아직 많이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또한 '이거 신청해도 괜찮나' 하는 의구심이 있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많은 업체, 다양한 업종에 대해 승인했기 때문에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이다. 더불어 여러 가지 우려 때문에 신청 대상이 제한을 받는 게 사실이다. 향후 공급과잉 기준을 완화하다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비유하자면 '중환자 응급수술'상인데, 신산업이나 융합산업 등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승인기준 완화 필요성은.
▲입법 과정에서 '대기업 특혜'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당히 제한돼 시행됐다. 하지만 점차 실적이 쌓이면서 (공급과잉)기준 완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보다 큰 틀에서 사업을 재편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게 제도적인 보완을 해야 한다.
-위원회 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나.
▲그렇다. 여당이나 야당에서 추천한 분들이 위원회에 포함돼 있다. 입법 단계의 우려는 많이 불식됐다고 생각된다. 기활법이 기업의 사업재편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법 취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기업의 사업재편을 돕자는 취지다. 그래서 '공급과잉 업종'만 해당되고 그 기준을 '매출액 15% 감소' 등 여러 가지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을 10% 수준으로 완화하든지 보조지표들도 보다 완화할 필요가 있다.
-신산업이나 융합산업도 포함시키려면.
▲법령에 별도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구조변경과 사업혁신만 해당되기 때문에 신산업 부분은 기존의 통계가 축적돼 있지 않다. 새로운 현상과 변화가 많기 때문에 이를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금융이나 세제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데.
▲금융이나 세제, R&D 지원 혜택이 아직 미미하다. 이것을 확대하면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기업들의 사업재편 의지가 약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은 여러 부처의 여러 가지 규정으로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의 구조조정 절차는 훨씬 더 복잡하다. 기활법 외에 다른 규제를 함께 완화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한화케미칼의 경우 '가성소다' 사업부문이 공급과잉이었는데 기업 전체로 보면 작은 부분이다. 큰 사업부문은 다른 법과 관련된 게 많아 함께 보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내용은.
▲기활법의 근본적인 취지는 사업재편을 촉진해 산업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때문에 법령을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적극 대응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3년 한시 특별법인데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연장해서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사업재편을 유도해야 한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