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계수 개선율 13.5% 불과…독일·프랑스 42% 넘어
전문가들 "세금 더 걷어서 빈곤층에 집중 지원해야"
"더 많은 사람에게 세금 걷어 빈곤층 집중 지원해야"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정부가 연 소득 3억원 이상의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부자증세'를 결정했지만 소득 재분배 효과는 극히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소득 상위 계층에게서 약 2조원을 더 걷는 정도로는 사회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 등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는 더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걷고 저소득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소득 재분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4일 뉴스핌이 만난 조세·재정 전문가들은 과세표준 3억~5억원 구간 및 5억원 초과 구간 소득세율을 2%p(포인트) 올리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으로는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번 소득세율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2015년 귀속분 기준으로 약 9만3000명이다. 이 중 근로소득자 약 2만명은 소득 상위 0.1%, 종합소득자 4만4000명은 소득 상위 0.8%에 해당한다. 이 계층의 사람들이 소득세율을 2%p 올릴 때 더 내야 하는 세금은 약 2조2000억원이다. 주식 양도소득세율 인상까지 합하면 이들은 연간 2조5700억원을 더 내야 한다. 반면 서민과 중산층은 각종 세제 지원으로 세금이 2200억원 줄어든다.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조원을 걷어서 국민에게 나눠줘도 지니계수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소수에게서 약간 더 걷는 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이번 증세가) 소득 재분배를 본격 시행하는 건 아니다"며 "기존 정책의 방향성을 바꿨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0차 세제발전위원회'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한국은 외국과 비교해 세금을 통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낮은 실정이다. 기획재정부와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조세정책을 통한 지니계수 개선율은 약 13.5%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42.2%, 42%에 달한다. 지니계수 개선율은 세금 부과 전 지니계수와 세금 부과 후 지니계수를 비교한 수치다. 수치가 높을수록 조세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높다.
이처럼 조세 정책을 통한 낮은 소득 재분배 효과를 개선하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세금을 내기 어려운 빈곤층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며 "걷는 것뿐만 아니라 효율적으로 나눠주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세법개정 세부담 귀착 |
앞서 정부는 지난 2일 최근 양질의 일자리 증가와 소득재분배 개선에 방점을 두고 부자·대기업 증세를 골자로 한 2017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의 소득 재분배 효과와 관련해 "세제 지원으로 서민·중산층, 중소기업 세 부담은 8167억원 줄고 고소득자와 대기업 세 부담은 6조2683억원 늘어나 소득분배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지니계수 개선율이 얼마나 높아질지는 통계청의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