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킨드 "한미 군사훈련부터 중단해야"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북한의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내 미국 공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높인 가운데 이 같은 도발의 이면에 두려움이 깔려 있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때문에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묘책들을 중단하고 김정은 정권과 관계를 세우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9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도 아래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TV 갈무리/뉴시스> |
분쟁 지역의 외교 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 옥스포드 프로세스의 가브리엘 리프킨드 대표는 3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의 칼럼을 통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테스트가 서방의 공격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리프킨드 대표는 "과거 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군사 위협의 이유에 대해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도록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그의 아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같은 질의에 대해 군사 도발만이 미국의 공격 위험으로부터 북한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라크와 리비아를 지켜봤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정권이 존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히 목격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으름장을 놓으며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에만 7차례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은 오랜 역사 속에서 누적된 두려움 때문이라고 리프킨드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볼 때 물질적으로 북한의 상황이 개선됐지만 정신적, 심리적으로는 역사의 희생자라는 얘기다.
한국전쟁 당시 20%의 인구가 생명을 잃었고, 1953년 군사적 공격이 중단됐지만 이후 미국이 단 한 번도 온전한 휴전을 선언한 일이 없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볼 때 미국은 언제든 자신들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존재라고 리프킨드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영속적인 평화 조약이라고 강조하고, 미국을 필두로 한 관련국들이 이 같은 이해 속에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9일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외교적 방법이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또 한 차례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트윗을 통해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며 "이 같은 사태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을 진정시키기 위한 첫 걸음은 미국과 한국의 연합 군사 훈련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리프킨드 대표는 강조했다.
응징에 목적을 둔 대응책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군사 애널리스트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네트 애널리스트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워싱턴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더라도 북한과 긴장감이 고조될 뿐"이라며 "김정남의 암살에서 보듯 북한은 항상 내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