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와 호반건설 맞불
[ 뉴스핌=한기진 기자 ]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자회사 한국종합기술을 직원들이 인수에 나섰다. 인수에 성공하면 한국종합기술은 국내 최초로 직원들이 최대주주인 '종업원지주회사’가 된다. 물론 한 명씩 낸 푼돈(?)으로 인수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 인수결과는 미지수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은 회사 인수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직원 920명(총 직원 1100명)을 상대로 1명당 5000만원 한도의 투자확약서를 받았다. 약 70% 가량인 700여명이 투자약속을 했다. 이로써 350억원 가량이 직원들의 힘으로 마련됐다. 직원들이 계속해서 투자에 나서고 있어 약 400억원 이상은 모일 것으로 낙관한다.
그러나 한국종합기술 인수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홀딩스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이 회사가 보유한 한국종합기술 지분 67.05% 전량을 매각하는데 그 가치가 최소 600억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1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건설감리분야 등 건설엔지니어링 업계 2위로, 자본금 1224억원, 매출 1993억원, 영업이익 42억원, 당기순이익 30억원을 내는 건실한 회사다.
또한 한국종합기술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의 장부가치만 해도, 서울 강동구 본사 사옥이 940억원, 서울 강변 구사옥 부지 270억원 등 1200억원이 넘는다.
우리사주조합 관계자는 “노조 가입률이 100%이어서 직원들의 힘을 모을 수 있었고 회사 지분 40%만 직원들이 인수하고 나머지는 재무적투자자(FI)를 모집하려 한다”고 말했다. FI로는 사회적 책임투자(SRI) 펀드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른바 착한 기업 펀드로 사회, 환경, 직원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이 경영권 인수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업종의 특수성이 있다. 설계, 감리는 공공발주가 대부분이고 수주평가 점수도 기술과 가격 비중이 8대2로 알려졌다. 매출액 1993억원인 회사에 직원이 1154명이나 되는 이유다. 직원이 수주받은 일감을 제대로 처리하고 그 기술의 질이 높아져 수주계약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김영수 우리사주조합 위원장은 "종업원지주회사가 되면 우리 스스로 회사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을 뛰어넘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엔지니어링 회사에 만연한 비정규직 확대를 막고, 종업원 합의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는 등 경제적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업원지주회사는 국내에는 전례가 없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는 흔히 볼수 있다. 이동통신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로 유명한 SAIC사는 직원들이 지분 96%를 갖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도 종업원지주회사였다. 하지만, 경영실패로 다른 기업에 매각됐다.
오는 26일 한국종합기술 매각 본입찰은 호반건설과 2파전이 예상된다. 예비입찰자자 4개사 가운데(우리사주조합 제외) 호반건설만 현장실사를 했다. 호반건설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해 울트라건설 인수로 도로, 철도, 공항 등 토목사업분야로 확장했고 건설설계감리분야로 확장해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업연관성은 물론 현금동원력에서도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