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디추싱 필두 2Q 실리콘밸리 앞질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아시아 지역의 벤처캐피탈 자금 조달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관련 지역의 디지털 IT 시장이 급성장한 데 따라 투자 자금 동향에 기류 변화가 발생했다.
13일 회계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CB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아시아 IT 신생 업체에 193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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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벤처캐피탈 본고장인 미국은 같은 기간 184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돼 아시아에 밀렸다.
아시아의 투자 자금 유입이 미국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 지역의 IT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데다 시장이 급성장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중국판 우버로 통하는 라이드 헤일링(전화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이 2분기 55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비상장 기업으로 사상 최대 투자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사우디 아라비아가 우버에 투자한 금액인 35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최근까지도 비상장 IT 기업이 1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지극히 보기 드문 일이다. 하지만 아시아 신생 기업들 사이에 전례 없는 기록이 잇달았다.
인도의 인터넷 결제 서비스 업체인 페이TM과 인도네시아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고제크, 중국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어러머 등이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2분기 아시아 기업의 선전은 전통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집중됐던 벤처캐피탈 투자 기류에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특히 IT 신생 기업을 대상으로 한 메가 딜이 일부 사모펀드 업체의 운용 실적 부진에도 이뤄졌다는 점에 시장은 높은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해 메가 딜의 대표격에 해당하는 스냅이 올해 초 뉴욕증시에 입성했지만 최근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블루투스 헤드셋 업체 조본이 기업 청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넘치는 자금이 기업을 몰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2분기 유럽의 벤처캐피탈 투자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영국 가상현실(VR) 기술 기업 인프라버블 그룹에 5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유럽 투자액이 38% 급증하며 43억달러에 달했다.
다만, 2분기 전세계 벤처 투자액 가운데 유럽의 비중은 1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