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경환 기자]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한국과 미국 간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벌어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한·미 FTA 재협상 압박에 문재인 대통령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대응방안을 골몰하는 모습이다.
3일 정치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한·미 FTA 재협상 의지를 공식화했다.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 환영 만찬 직후 트위터를 통해 "한국 대통령과 북한, 새로운 무역협정 등을 포함한 많은 주제를 논의했다"고 밝히며,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튿날 30일에는 정상회담 결과를 알리는 자리에서 "한·미 FTA가 체결된 이래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 그다지 좋은 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언급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런 나의 우려 표명에 대해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해줬다"며 마치 한국도 재협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뉘앙스의 말까지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9일 백악관 만찬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만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청와대> |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에 청와대 측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에 대해 양국 간 합의는 없었다"며 애써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 규모의 무역적자와 특히 자동차, 철강 분야에서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일정한 조치를 취하거나 또는 새로운 협상을 할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한·미 FTA의 호혜성을 강조하면서 양측 실무진이 FTA 시행 이후의 효과를 공동으로 분석, 평가할 것을 제의한 것 뿐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FTA 규정은 한 국가가 이의를 제기하면 해당 위원회가 열리게 돼 있기에 협의는 하게 되겠지만, 결국엔 양국이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 것"이라며 "미국은 자동차와 철강 분야를 예로 들며 무역 불공정 얘기를 한 것일 뿐, 이게 전면적인 FTA 재협상이라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역시 이번 방미 성과와 관련해 미국과의 우의와 신뢰를 든든히 했다는 점을 강조할 뿐, FTA에 관한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서도 문 대통령은 통상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양국 간의 경제협력이 동맹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양국 국민 모두가 호혜적인 성과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양국의 입장 차이가 이렇듯 확연한 상황에서 FTA 재협상이 현실화된다면,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할지는 불보듯 뻔해 보인다.
이와 관련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으로선 한·미 FTA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더 급하다"면서 "당장은 아니겠지만, (한·미 FTA) 재협상 얘기가 나온긴 할 것으로 보이는데, 실무적으로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