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등 현안 관련 이야기는 나누지 않아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11개월 만에 한중 재무장관 양자면담이 성사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샤오지에 중국 재무부장은 1시간 여 이어진 양자면담이 끝나고 "앞으로 자주 보자"는 환담을 주고받으며 앞으로의 한중관계에 해빙의 실마리를 남겼다.
다만 사드 보복 등 민감한 현안 관련 이야기는 거의 나누지 않아, 실질적인 갈등 해결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새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최초의 대규모 국제행사인 제2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 AIIB 총회의 가장 큰 성과로는 한중 재무장관 양자면담 성사가 꼽힌다.
제2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 참석차 제주를 방문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월 16일 ICC에서 샤오 지에 중국 재무장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양국 외교갈등이 격화된 이후 중국 재무부 측에 양자면담을 꾸준히 신청했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유일호 전 부총리가 지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춘계회의에서 샤오 지에 재정부장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번 만남은 11개월만으로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
샤오지에 재정부장의 적극적인 태도에서도 사뭇 달라진 중국 측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날 샤오지에 재정부장은 김동연 부총리에게 취임을 축하하는 인사말을 길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지에 재정부장의 이야기가 길어지며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면담시간은 1시간으로 늘었다.
다만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측의 경제 보복 등 민감한 현안에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드 등 민감한 현안에 관련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면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양자면담 결과는 일반론적인 이야기에 그친다. 정부는 한중 재무장관 양자면담을 통해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양국의 견고한 경제협력 관계를 재확인"했으며, "역내 발전을 위한 AIIB의 기반시설(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역내 주요 창립회원국으로서 AIIB를 통한 상호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측의 사드 보복은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까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4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22만7800여명으로 작년보다 66.6% 급감했다. 이같은 추세는 중국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 조치가 아직 풀리지 않아 5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앞으로도 중국 측과 적극적인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연내에 한중 재무장관 양자면담을 한번 더 추진한다. 송인창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한중 재무장관회의는 매년 하는 것이었다. 금년에 할 생각이고 논의를 할 것"이라면서 "양자면담 마지막에 앞으로 자주 보자는 이야기를 나눴던 만큼 그런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