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싱크탱크 기능·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해야"
[뉴스핌=정탁윤 기자] 새 정부 조각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주요 경제단체들의 위상도 크게 바뀌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재계 대변인 역할을 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순실 게이트'에 엮이며 간판을 새로 달아야 할 처치에 놓였다. 반면 전국 17만 상공인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새 정부의 신데렐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대한상의와 전경련의 그 동안 해온 역할과 조직의 성격이 다른 만큼 과연 대한상의가 전경련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국내 4대그룹이 모두 탈퇴하긴 했지만 전경련은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조직이다. 반면 대한상의는 대기업 비중이 2% 내외 수준으로 미미하다.
특히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경련의 미국내 경제 네트워크도 주목받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전경련은 그동안 해마다 미국 상공회의소와 함께 한미 재계회의를 주관하고 대통령이 미국 등 해외 순방시 경제사절단 구성을 주도했다. 경제 5단체 가운데 특히 미국 관련 네트워크가 가장 탄탄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경제사절단 구성 주도권을 대한상의에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자유한국당 정우택,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잇따라 만났다. 박 회장은 "입법부의 영향이 중요한 만큼 협력을 부탁드리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며 "소통과 대화를 통해 합의를 위한 해결책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8일 문재인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도 경제단체중에는 처음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또 오는 15일에는 박 회장을 비롯한 상의 회장단이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일자리 관련 정책 간담회를 한다. 이전 정부와 달리 새 정부가 재계의 공식 대화 창구로 대한상의를 찾는 일이부쩍 많아졌다. 대한상의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의 경제 사절단을 선정하는 작업도 주도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 회장 출신인 박용만 회장의 개인적인 '맨 파워'가 대한상의 위상 강화에 한 몫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전경련의 글로벌 네트워크나 싱크탱크 기능 등도 여전히 무시못할 자산이기에 앞으로 새롭게 활용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가 새 정부의 신데렐라로 떠오르는 사이 전경련은 조식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초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면서 전경련은 새롭게 조직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이름을 바꾸는 혁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불법 모금 등 정경유착 이미지를 끊어내기 위해 겸허하게 반성하며 자숙하고 있다"며 "예전과는 다른 경제산업 분야의 싱크탱크(think tank)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직 혁신과는 별도로 전경련은 오는 15일 한-미 FTA 성과 등을 주제로 ‘한미경제정책포럼을 연다. 이날 행사에서는 제프리 존스 미래의동반자재단 이사장(전 암참 회장)이 '암참이 바라본 한-미 관계'를,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는 ‘한-미 FTA의 성과와 전망'등을 각각 발표한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