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마다 "협의하겠다" 낮은 자세
'재벌 저격수' 아닌 도우미 자처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재벌 저격수'가 달라졌다. 늘 단호한 인상에 목의 힘줄마저 불거지도록 날을 세우던 김상조 교수.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되자 재계는 긴장부터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상조 후보자는 이런 우려를 잠재우듯 내정 발표 이튿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자리에서 목소리 톤을 싹 바꿨다.
"재벌개혁은 재벌을 망가뜨리거나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일자리 창출)를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재벌 저격수'에서 공정위원장 후보자 신분으로 18일 출입기자들 앞에 선 그는 '친절한 상조씨'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평소 강연이나 국회 공청회 때 강한 이미지로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한 시간 가까이 미소 띤 얼굴과 나긋하고 자상한 목소리로 자신의 경제철학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 "재벌 해체 말한 적 없어…한국경제 소중한 자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활짝 웃으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 |
김 후보자는 "제가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재벌을 해체하자고 말한 적이 없다"며 "재벌 역시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발전하도록 도와주고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경제의 다이내믹스(dynamics;역동성)를 회복해서 불건전한 시장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라며 "재벌개혁의 목표와 관련 좀 과장하자면 (문재인)대통령과 100% 완벽하게 일치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는 또 교수 출신 공정위원장에 대한 공정위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듯 현안에 대한 답변마다 "협력하겠다"는 말을 거듭했다. 법 개정의 주체인 국회는 물론 다른 관계부처와 적극 협력하겠다는 것.
그는 "제가 공정위원장에 내정된 것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이 있는 것을 잘 안다"며 "공정위 밖에서 20년간 시민단체 활동을 해왔는데 이제는 공정위 안에서 공정위에 있는 분들과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신중하고도 지속가능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 "국회의원님들이 법을 개정해 주셔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 |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서도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국회 여러 의원님들과 협의해야 한다"며 "국회가 법을 바꿔줘야 하고 공정위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대기업집단국 신설(구 조사국 부활)에 대해서도 "행자부나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하게 논의해서 합리적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우클릭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벌)개혁 의지는 결코 후퇴하지 않았다"면서도 "2000년대 이후 한국경제가 변하고 세계경제가 변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고 싶고, 의원님들께 진정성을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무엇보다도 '경제검찰'이라는 별명과 함께 '솜방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공정위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공정위에 민원이 너무 많아 업무가 잔뜩 밀려 있어 불만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조직 확대를 비롯한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그간의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안정감과 균형감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재벌 저격수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합리성과 균형감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워낙 전문성을 갖춘 분이고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다"고 느낌을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