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 독립시켜 전문성 강화…성장 엔진 마련
[뉴스핌=최유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업부 분리로 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 강화에 나섰다.
12일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시스템LSI에서 분리한다고 밝혔다.
파운드리는 생산설비를 갖추지 않은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로부터 도면을 받아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용도의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기존 시스템LSI 사업에 속한 팀 조직이었다. 이를 떼어내 별도 사업부로 승격시킨 것이다. 이로써 크게 메모리와 시스템LSI로 나뉘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은 파운드리까지 3원화됐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좌)/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우) <사진=삼성전자> |
신임 파운드리사업부장은 반도체연구소장인 정은승 부사장이 맡았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반도체의 날에서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D램 및 로직 공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등 업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시스템LSI 사업부장에는 강인엽 부사장이 임명됐다. 시스템LSI가 팹리스 사업만 맡게 되면서 관련 전문가를 사령탑에 앉힌 것이다. 강 부사장은 미국 팹리스 업체인 퀄컴에서 기반을 다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모뎀 개발실장과 SOC개발실장 등을 역임했다.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사업부를 키우기 위해 분사를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최근 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설명회를 가졌다. 대상 인원은 1000명 규모로 알려졌다. 신설회사 명칭으로는 SK하이닉스시스템IC(가칭)이 물망에 오른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별도 자회사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 경우 메모리사업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렸던 파운드리에 투자나 기술 개발 등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하는 것은 해당 사업에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반도체 호황을 타고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0나노 공정 기반 AP 엑시노스9 <사진=삼성전자> |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파운드리 시장은 2020년까지 매년 8%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중 대만의 TSMC가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며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나노미터) 공정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공장을 여는 등 관련 투자를 확대해 왔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선 4~5위에 머물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파운드리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12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전사 매출액(17조1980억원)의 1% 수준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용량으로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은 주문을 받아 다양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공급량이 안정화되면서 국내 업체들도 시스템 반도체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