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사남' 김윤수 대표 "현재 모습보다 리모델링 후 생각해야 성공"
"강남에도 기회 여전...핵심상권 이면도로 노후 건물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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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선엽 기자] '빌딩주' 더 이상 속물적 욕망의 이름이 아니다. 한때는 모두가 부러워하면서도 '놀고먹는 금수저'란 인식이 상당했지만 이젠 다르다. 노후가 불안정한 시대, 인생 2막을 위한 꿈이 돼 가고 있다. 때문에 지금도 많은 직장인이 종잣돈을 모으며 자신의 '꼬마빌딩'을 소유할 날을 꿈꾼다.
하지만 평범한 월급쟁이는 수 십 년을 뼈 빠지게 일해도 현금 10억원을 모으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 돈으로 건물을 사려면 지방 변두리나 가야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강남에도 이면도로 쪽에는 잘 찾아보면 기회가 많다. 홍대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저평가된 곳을 찾을 수 있다." '빌딩과 사랑에 빠진 남자' 김윤수 (주)빌사남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꼬마빌딩의 경우 서울에도 20억~30억원대가 가장 인기가 많고 종잣돈 5억~10억원을 가진 투자자들이 대출을 이용해 이 금액대의 투자를 많이 한다"고 조언했다.
가수 구하라가 투자했던 빌딩. 사진 좌측이 신축 전 모습이다.<출처=빌사남> |
◆ 꼬마빌딩 성공의 비결은 '성형', 그러나 잘못하면 '성괴'
# 가수 구하라는 2012년 청담동 단독주택을 11억5600만원에 매입했다. 1975년 준공된 지하 1층 지상 2층의 이 건물을 그는 지상 5층의 상가 건물로 신축했다. 2015년 7월 20억8000만원에 팔았다. 신축 비용과 양도세 등을 빼도 3년 만에 5억원 가량을 남겼다.
# 가수 장범준은 2014년 강남구 대치동의 3층 건물을 20억원에 매입했다. 대출금이 7억5000만원이고 보증금이 4억5000만원으로 실투자금액은 8억원에 불과했다. 리모델링을 거친 현 시세는 33억원이다.
연예인들의 꼬마빌딩 투자 성공스토리는 이제 흔하다. 카라 한승연, 배우 류승범, 수애, 박중훈, 고소영 등 많은 연예인이 꼬마빌딩 투자로 본업 이상의 수입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핵심 상권의 이면 도로에 위치한 건물을 저렴하게 사 리모델링을 통해 재탄생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사람 뿐 아니라 건물도 성형시대다.
김 대표는 "노후화된 건물은 매매가에 건물 가격을 포함하지 않고 땅 가격만 산정하므로 저렴하다"며 "현재의 건물 모습보다는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신축이 가능할지를 먼저 그려보고, 땅의 가치를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수 장범준이 투자한 빌딩. 사진 좌측이 리모델링 전 모습이다.<출처=빌사남> |
하지만 연예인이라고 재미만 본 것은 아니다. 비싸게 샀다가 마음고생을 한 연예인도 꽤 된다.
# 슈퍼주니어 출신 가수 겸 배우 최시원은 2015년 9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 로데오거리 주변 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을 11억원에 매입했다. 지은 지 40년된 대지면적 90.21㎡ 건물이었는데 당시 주변 건물 시세보다 30% 이상 비쌌다. 최씨는 약 2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3층짜리 건물을 신축했지만 올 초까지 공실을 채우지 못했다. 그는 이 건물을 27억원에 팔겠다고 내놨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 가수 윤은혜는 2010년 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지하 1층~지상 2층의 빌딩을 구매했다. 돌로 장식된 외관이 눈길을 끌었고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윤씨는 빌딩을 본 지 이틀 만에 16억5000만원에 매수했다. 하지만 임차인이 장기간 세를 내지 않은데다 윤씨가 가스를 끊었다는 이유로 소송까지 걸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2년 11월 윤씨는 이 건물을 18억원에 매도했는데 각종 비용과 마음고생을 고려하면 성공 투자로 보기 힘들다.
# 가수 채연은 2015년 12월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에 있는 대지면적 409㎡, 연면적 650.2㎡,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상가주택을 19억2000만원에 샀다. 임대 수익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3%에 불과했다. 수익률이 낮다보니 매입 후 1년 반이 지났지만 시세는 크게 오르지 않은 상태다. 김 대표는 "3년 동안 매물로 내놔도 안 팔리던 빌딩을 시세보다 10% 이상 더 주고 산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왼쪽부터) 윤은혜, 채연, 최시원이 투자한 빌딩 모습 <출처:빌사남> |
◆ 스마트폰 ‘로드뷰’로 꼬마빌딩의 변천사를 살핀다
실패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누구나 꼬마빌딩 투자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부동산은 주식처럼 아무 때나 사고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신축을 하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처럼, 상가 투자는 '하드코어(hard core)' 투자다.
'한 방'을 노리기보다는, '투잡'을 뛰는 심정으로 지금부터 차근차근 꼬마빌딩 투자를 준비할 것을 김 대표는 주문했다.
빌사남 앱으로 검색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세로수길 인근. 강남 핵심 상권이지만 이면 도로 쪽엔 여전히 30억원 내외의 건물이 다수 매물로 나와있다. <출처 : 빌사남 앱 화면> |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부동산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과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된다. 아울러 동네 부동산에 들어가 '당장 살 것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뻔뻔함'이 있으면 제격이다.
우선 부동산 앱으로 목표 상권의 매물을 확인하고 현장을 찾는다. 주변을 살핀다. 어떤 상권인지, 교통의 확장성은 어떤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권이 생겨도 먹자상권이 다면, 건물 가격의 상승폭엔 한계가 있다. 예컨대 최근 뜨는 성수동은 카페가 전부다. 음주까지 확장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 반면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홍대는 메인스트립에서 이면도로로 나아가면서 쇼핑, 문화, 음주가 모두 한 블록에서 이뤄진다.
또 교통이 좋아진다고 반드시 주변 지역의 건물 가치가 올라가는 것도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사람들이 편리해진 교통수단을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그는 "신분당선이 강남~광교까지 개통되면서 광교와 정자동의 상권이 죽은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은 올랐지만 상권은 흔들린 것이다.
주변 탐색을 마쳤으면 인근 건물의 변천사를 보고 어떤 빌딩이 어떻게 가치를 높였는지 스스로 가늠해 봐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면 현 시점의 로드뷰는 물론이고 과거 건물 외관의 변천사를 연도별로 확인할 수 있다. 틈틈이 인근 부동산을 찾아 식견을 넓힌다.
그는 "최근 3년 안에 팔린 빌딩을 위주로 하나하나 직접 걸어 다니며 살피는 것이 좋다. 매각 전에 허름했던 주택을 신축해 아주 멋진 건물로 만들었을 수도 있고 임차인을 교체해 임대료가 높아진 경우도 있다. 또 답답했던 외관을 개방감 있게 리모델링해 완전히 다른 건물로 변신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신흥상권, 너무 비싸..강남도 잘 찾으면 싼 물건 많아”
19세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김 대표는, 남들이 대학 캠퍼스를 누빌 때 대신 서울 요지의 골목을 누비며 매일매일 꼬마빌딩 정보를 수집했다. 그렇게 자신 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빌사남’이란 부동산 앱을 최근 출시했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사진=빌사남 제공> |
다리품을 수년 째 판 그에게 추천 상권을 물으니 '강남'이란 뻔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미 강남 쪽은 빌딩 수익률이 3%대다. 많이 비싸단 의미다. 과연 가격이 오를까.
기자의 물음에 그는 "홍대 연남동 연트럴파크는 대지 기준 평당 1억원이다. 강남 웬만한 대로변 가격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강남에 투자를 하는 것이 맞다"며 "서울대입구 샤로수길, 망리단길, 성수동 등 신흥 상권은 잠깐 좋았다가 시들 가능성이 있지만, 강남은 빌딩의 잠재적 매수인들이 주로 거주하다보니 매수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요즘 금리가 오른다고 난리다.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꼬마빌딩 인기도 줄어들지 않을까. 김 대표는 "금리가 오른다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의미"라며 "그러면 공실도 줄고 임대료도 오르기 때문에 빌딩 가격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