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의석 과반 장담 힘들어…"개혁정책 난항 우려"
[뉴스핌= 이홍규 기자] 프랑스 중도신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7일(현지시각)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진영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을 누르고 예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유럽연합(EU) 잔류, 자유무역, 개방경제 정책 등을 내건 마크롱이 당선됨에 따라 프랑스와 EU의 결속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규제 개혁과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적 정책 행보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사진=블룸버그통신> |
그러나 유로존 탈퇴, 보호무역 등을 내세워 온 르펜에 맞서 단숨에 승리를 거머쥔 대선 기세와 달리 마크롱의 향후 국정운영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의회 기반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닥칠 전쟁에 비하면 지금까의 대선전은 쉬운 싸움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의회 다수당 지위 없이 마크롱 대통령이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마크롱 정부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첫 고비는 오는 6월 11일과 18일 치러지는 총선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하원의원 577명이 새로 선출된다. 마크롱이 이끄는 중도 성향 신당 '앙 마르슈'가 총선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려면 최소 과반인 289석을 얻어야 한다.
지난주 오피니언웨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앙 마르슈는 249~286석을 확보하고, 공화당은 200~21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앙마르슈와 공화당이 약진하고 사회당 의석은 격감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FN은 15~25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이며, 현 집권 사회당은 28~42석을 차지해 역대 최악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과 사회당이 사력을 다해 총선에 집중할 경우 앙 마르슈는 과반을 확보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창당한 지 1년 밖에 안돼 총선에 쏟아부을 수 있는 재정 여력도 기성 정당들에 비해 부족한 상태다.
만약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마크롱은 자신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정당과 연정을 구성해야 할 수도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다른 당적를 갖는 이른바 '코아비타시옹(동거) 정부'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크롱의 대통령 직은 '상징적 역할'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997년 5월 프랑스 총선에서는 좌파 연합이 승리해 우파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동거 정부에 나선 적이 있다. 이 때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5년 동안 대통령을 뛰어넘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