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이중잣대 비판 거세져...금호타이어 매각 이대로 괜찮나
[뉴스핌=이강혁 기자]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다.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서는 임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오늘만큼은 각 사업장의 근로자인 임직원 모두가 위로받아야 할 날이다.
하지만 위로받지 못하고 불안한 근로자의 날을 보내는 사업장도 있다. 거리로 나와 '매각 반대' 구호를 외치는 금호타이어가 대표적이다.
회사의 매각을 눈 앞에 두고 단체행동을 불사하려는 이들의 사연은 뭘까. 금호타이어 매각을 주관하는 KDB산업은행의 이중적인 잣대에 상처받으며 '매각이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의문만 더 커지는 형국이다.
이날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최근 산업은행에 "이 상태로 매각작업을 계속한다면 생산 중단까지 고려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중국의 더블스타와 산업은행 양쪽 모두가 미덥지 않다는 것 때문이다.
사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두고 공분을 높이고 있다. 단적으로 백기사로 나섰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밀어내고, 국내 2위의 타이어업체를 중국에 넘긴다는 대의명분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수조원을 추가지원하면서까지 살려야겠다는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놓고 보면, 금호타이어에 들이댄 산업은행의 잣대는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러는 사이, 금호타이어 임직원에 대한 고용 안정은 명확한 답이 없다. 그저 '검토해 보겠다'는 형식적인 답만 있을 뿐이다. 국내 사업장의 물량 감소를 방지하겠다거나, 국내 공장 규모를 유지하겠다는대 대해 매각주체나 인수주체 어느쪽에서도 설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국내 2위 타이어업체라는 자부심은 무너지고, 회사 경영보다는 매각에만 목을 멘 채권단의 욕심만 남았다"면서 "기술 유출과 먹튀로 귀결된 제2의 쌍용차 사례가 떠오르는 건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운 건 분명 산업은행이다. 지금까지의 매각 진행과정을 따라가 보면, 산업은행의 의사 결정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
금호타이어는 2008년 미국 리먼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유동성 악화로 2010년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10년 산업은행을 포함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박 회장에게 사재 출연과 경영정상화 등 책임 경영을 담보로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2014년 말 금호타이어가 경영정상화를 통해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갖게 됐다.
금호타이어의 매각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권의 해석에서부터 출발한다.
산업은행은 약정서상 "우선매수권은 주주협의회의 사전 서면승인이 없는 한 제 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이에 근거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을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조항을 뒤집어 생각해면 "주주협의회의 승인이 있으면 제3자 양도가 가능하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는 컨소시엄 구성을 열어놓은 조항이라는 의미가 된다.
더구나 금호타이어 매각이 본격화 되기 이전부터 주주협의회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안건 부의조차 해주지 않았다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설명이다.
종합적으로 살펴봐도 산업은행의 원칙론에는 허점이 많다.
산업은행은 채권단 전체의 동의없이 독단적으로 우선매수권을 한정해 원칙론으로 포장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컨소시엄 허용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했다.
때문에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보다는 채권단 배불리기만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또한 관련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과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을 비교하며 "산업은행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자신이 최대주주에 있으면서 분식회계와 각종 비리로 망가뜨린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얼마 전 채무재조정과 신규자금 2조9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수조원대의 국민 혈세가 다시 한번 투입되며 '밑빠진 독에 물붓기' 라는 말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신규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2019년부터 또 적자가 예상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어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원 과정에서 지역차별 논란도 일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북상공회의소협의회, 전북도의회 등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만 급급하고 군산조선소는 외면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얼마 전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출이 10% 정도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이 금호타이어가 중국업체 더블스타에 팔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외 거래선이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는 국내 2위 타이어업체인 금호타이어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가 커지는 대목. 유력 대선주자들은 물론, 지역의 사회시민단체가 일제히 나서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산업은행이 불협화음을 내며 금호타이어 매각을 강행하는 것은 아닌지는 신중히 생각하고 따져봐야 하겠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