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해지 가능 명시·15년 추가 사용 등에서 유리
상표권 문제 '불허' 방침…우선배수권 부활 노릴듯
[ 뉴스핌=방글 기자 ] 금호타이어 인수 공방이 '상표권' 문제로 치달았다.
더블스타와 매각 협상을 재개하는 산업은행은 '금호'(금호 브랜드 마크(CI·BI) 일체에 대한 권리) 사용이 이번 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상표권에 대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뒀기 때문에 거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25일 금호그룹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지난달 13일 금호타이어가 '금호' 상표권을 1년 더 사용할 수 있도록 재계약을 체결했다. 사용기한은 5월1일부터 내년 4월30일까지다. 사용료는 연 매출의 0.2%로 월 단위로 지급한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이 2조9476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사용료는 연간 6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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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 점은 이전에 없던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금호산업은 계약서 말미에 ‘상기 상표권 사용계약은 계약기간 중 해지 또는 변경 등이 가능함’이라는 조항을 추가했다. 계약 만료 시점인 내년 4월 30일이 되기 전에라도 '최대주주 변경', '매각' 등의 변수가 있을 경우, 사용 계약을 해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는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 상표권 사용을 불허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호 브랜드에 대한 소유권, 사용과 계약 해지 등의 결정권은 박삼구 회장에게 있다. 금호 상표권을 금호산업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는 금호홀딩스(49.60%)인데, 금호홀딩스는 박삼구 회장(26.09%)과 아들 박세창 사장(19.88%)이 최대주주다.
'상표권 사용시 이사회 승인'도 쟁점으로 떠오르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9월 산업은행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2017년 5월부터 5년간 상표권을 허용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간 상표권 사용료 액수와 조정기준 등 주요조건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이사회에서 승인한 만큼, 금호타이어에 상표권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합의를 전제로 승인할 의사가 있음을 전달한 것일 뿐, 사용 승인을 결정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에 ▲상표권 사용 기간 5년 보장 ▲15년 선택 사용 등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블스타가 원하면 총 20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상표권 사용 조건과 기간 등은 금호와 협의되지 않은 부분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과 합의 없이 20년 사용을 약속해 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 측의 허락 없이는 선행조건을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자 '배임죄'까지 등장했다. 상표권을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만큼 상표권 사용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박삼구 회장에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상표권 허용이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말이냐”이라며 “상표권 사용은 단순 수익이 아닌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룹과 상관이 없는 중국계 업체가 금호라는 고유 상표를 사용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은행이 오는 9월 말까지 더블스타와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매각은 무산되고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부활한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