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벨기에 거장 다르덴 형제가 신작 '언노운 걸'을 통해 우리의 양심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인간 정서를 스크린에 담아온 형제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변사사건을 통해 과연 사람은 어디까지 솔직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언노운 걸'은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 제니(아델 하에넬)가 형사들을 만나면서 막이 오른다. 제니는 진료시간이 지난 뒤 다급하게 벨을 눌렀던 소녀를 무시했지만, 그가 이튿날 아침 두개골이 깨져 죽은 채 발견됐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는다.
병원 CCTV를 통해 소녀의 얼굴을 확인한 제니의 뺨에는 후회의 눈물이 흐른다. 만약 문을 열어줬더라면, 저 소녀가 멀쩡하게 살아있지는 않을까. 심장이 요동치며 제니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수백번 머리를 때리는 자책은 결국 그를 움직이게 한다. 의사라면 누구나 탐낼 자리를 마다하고, 그렇게 제니는 소녀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주변인물들을 탐문하기에 이른다.
다르덴 형제는 제니의 행동이 마을에 일으키는 파장을 통해 양심을 지키려는 자와 진실을 덮으려는 자의 갈등을 대비시킨다. 그리고는 수없이 갈등하는 인간 본심이 과연 순수한 양심인지, 아니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발버둥인지 물음표를 던진다.
신작 '언노운 걸'은 다르덴 형제 특유의 담백한 화법으로 완성됐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조금은 심심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그렇다고 지루할 틈도 없다. 예의 긴장을 절대 놓치지 않는 단단한 연출 덕이다. 제니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객석을 지긋이 누르는 무게감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좀처럼 떠날 줄 모른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사진=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