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변수,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만나 협력 요청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출국...글로벌 현장경영 속도
[ 뉴스핌= 황세준·정광연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 도시바 메모리사업 인수전을 직접 챙긴다.
20일 관련업계와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함께 다음주 일본 출장길에 오른다. 오는 24일 도시바 경영진을 직접 만나는 것은 물론, 이번 인수전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면담을 위해서다.
최 회장은 출국금지가 풀리자마자 가장 시급한 현안인 도시바 인수전 현장경영에 나섰다. SK측은 "최 회장과 박 사장이 다음주 일본 출장길에 오르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박 사장의 경우 지난달 도시바 예비입찰 당시에도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최태원 회장 <사진=SK그룹> |
손 회장과의 만남은 이번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마련하기 위한 행보다.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우호적인 여론을 얻는 동시에 일본 국내은행 등의 투자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사업이 타국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이다. 도시바 내에서도 외국 기업에 의한 기술 유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바야시 요시미츠 도시바 사외이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중요한 기술을 내주면 민감한 정보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도시바 인수전은 SK하이닉스와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 반도체업체 브로드컴,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등 4파전 양상이다.
이중에서 홍하이가 3조엔 규모 예비입찰 가격을 적어냈다. SK하이닉스가 써낸 예비입찰가격은 홍하이보다 적은 2조엔으로 알려졌다.
홍하이 역시도 소프트뱅크에 협력을 요청했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은 폭스콘이 지난해 샤프를 인수할 당시 샤프 채권단의 만남을 도왔고 폭스콘은 최근 소프트뱅크아시아캐피털 지분 54.5%를 6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는 아직 홍하이에 답을 주지 않았다. SK로서는 홍하이-소프트뱅크 연합전선이 구축되는 것을 막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최근 국내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도시바 입찰은 아직 법적 구속력이 있는 바인딩 입찰이 아니기 때문에 제시한 인수가격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SK텔레콤> |
소프트뱅크는 한국에서 SK텔레콤을 통해 사물인터넷(IoT) 생태계에 협력하고 있다. SK텔레콤이 구축한 IoT 전용망 '로라'를 선택했다.
또 박정호 사장은 손 회장과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관계다. 박 사장이 SK텔레콤 전무 시절 손 회장이 먼저 연락해 일본에서 미팅을 한 것이 처음 만남이었다.
당시 리먼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어려웠는데 손 회장이 박 사장으로부터 통신사업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들었다. 손 회장은 이후에도 여러차레 만남을 가지면서 자연스레 최 회장과의 친분도 쌓았다.
올해 2월말 스페인 MWC에서도 손 회장은 박 사장을 만나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차세대 AI 로봇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9.8%(D램익스체인지 기준)로 삼성전자(36.6%)에 이어 2위 업체다. 점유율 10.4%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경영권을 확보하면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아 있는 메모리 반도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으로 저장,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늘면서 필수적인 반도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바는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공정거래법(독점금지법) 심사 등을 거쳐 내년 3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