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조정...시장 약세 재료
다만 트럼프의 저금리 옹호 발언에 더 반응
[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국내 채권시장금리는 되레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저금리 정책을 좋아한다고 밝히면서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자 국내시장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AP> |
한국은행은 1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5%에서 2.6%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은 3년만이다. 또 이주열 한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경제성장세를 근거로 금리인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이와 같은 재료가 시장금리 상승재료가 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다만 이날 시장은 일제히 금리를 내렸다. 3년만기 국채금리가 1.674%로 전일보다 1.2bp 떨어졌고 10년물 금리는 2.172%로 3.3bp 내린 채로 마감했다.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2.5bp, 3.4bp 내린 2.291%, 2.310%로 각각 장을 마쳤다.
3년만기 국채선물은 5틱 오른 109.45, 10년만기 선물은 29틱 오른 125.01로 마쳤다. 3년선물 시장에선 증권사가 6824계약 순매수했고 은행이 5985계약, 외국인이 2401계약 순매도했다. 10년물 시장에선 외국인과 은행이 각각 1724계약, 1477계약 사들였고 증권사가 2032계약 순매도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날 채권시장이 한은 금통위나 수정경제전망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저금리 발언에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채권운용부 부장은 “성장률을 올리긴 했지만 0.1% 올린 것에 불과하고, 수출 호조 등은 이미 시장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오늘은 트럼프의 저금리 두둔 발언이 시장을 움직였다”고 전했다.
1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달러화는 너무 강해지고 있는 것 같고 사람들이 나에게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부분적으로 나의 탓이기도 하다"며 "강한 달러에는 굉장히 좋은 점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말해서 그것의 가장 좋은 것은 좋게 들린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러화가 강하고 다른 나라들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할 때 경쟁하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미국 시장금리가 대폭 내렸다. 박스권으로 인식됐던 2.30%를 뚫고 내려가는 등 시장이 강하게 반응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저금리를 옹호하면서 옐런 의장의 재임도 고려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전반적으로 강세요인이 많았다”며 “미 국채시장이 그간 단단한 박스권 하단으로 여겨졌던 2.30%를 강하게 깨고 내려가면서 시장이 레벨부담도 덜은 상태에서 강하게 따라붙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한은의 경제전망 사이에서 시장은 미국의 재료를 받아들이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채권운용팀 팀장은 “최근 기관들이 채권을 많이 담아놓지 않고 있어서 성장률 상향 조정과 함께 포지션을 조정하기 보다는 미 국채 금리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롱포지션을 많이 잡았다”며 “장이 무거웠다면 이날 매도 대응했을 텐데 환율도 안정됐고, 시장 우호요인(트럼프 발언)을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시장은 당분간 오늘과 같은 흐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한의 핵도발에도 무덤덤했던 시장이었지만 최근 미 항공모함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한국을 향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타고 흘러나오면서 이례적으로 시장금리가 소폭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단락된 분위기이고 원화도 강세를 보이는 등 시장 강세의 거름이 만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도 다소 약화됐고 달러/원 환율도 안정되는 등 외인의 매도세도 끝나가는 분위기이고 금리의 추가하락이 가능해 보인다”며 “박스권 하단의 하향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