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글판·꿈새김판’ 현대인에 건네는 한마디
감성적문구·시대상 반영, 저절로 미소와 위로가
[뉴스핌=김규희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지난 2012년 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나태주 시인 풀꽃의 전문을 인용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사진=뉴시스> |
지난 2012년 광화문 교보빌딩 ‘광화문 글판’에 걸린 문구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서 가져왔다. 이 짧은 글귀는 2년 전 설문조사에서 시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다.
가족 또는 친구들의 위로로 마음을 추스르기도 하지만 때론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짧은 글귀로 큰 위안을 얻기도 한다.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된 ‘광화문 글판’은 시민들에게 마음 속 휴식처가 됐다. 사람들은 이 글을 보면서 묵묵히 치유했다.
서울시도 서정적인 글귀로 시민들을 위로했다. 서울광장 앞 서울도서관 외벽에 새겨진 대형 글판 ‘꿈새김판’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서울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달 20일부터 서울광장 앞 서울도서관 외벽에는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입니다'는 문구가 걸려있다. |
지난달 20일부터 서울도서관 외벽에는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입니다’는 문구가 걸려있다. 새롭게 펼쳐질 날들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표현했다.
‘꿈새김판’ 문안 공모 973개 작품 가운데 송미희(36)씨 문구가 선정됐다. 송 씨는 “문득 매일 만나는 ‘오늘’이 언제나 새로운 ‘첫날’임을 깨닫고, 매일 만나는 오늘은 밝은 희망으로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광화문 글판’과 ‘꿈새김판’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 입고 있다. 계절을 담은 글귀들이 지나가던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봄에는 ‘괜찮아, 바람 싸늘해도 사람 따스하니’ 글귀가, 여름에는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문구가 걸렸다. 또 가을엔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겨울에는 ‘눈길 걷다 보면 꽃길 열릴거야’가 걸렸다.
2014년 11월 서울시청 외벽 꿈새김판엔 '토닥토닥'이란 문구가 걸렸다. 짤막하지만 따스한 글귀로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슬픔을 위로받았다. <사진=뉴시스> |
감성적인 문구로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할 뿐 아니라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뒤 서울광장에는 ‘미안합니다. 세월호 실종자분들의 무사귀환과 희생자 여러분의 명복을 빕니다’는 문구가 게재돼 희생자를 추모했다.
같은해 말에는 ‘토닥토닥’이란 따스한 단어로 슬픔에 빠진 시민들을 위로했다.
지난 2월에는 3·1절을 맞아 ‘평화의 소녀상’이 꿈새김판에 올랐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는 윈스턴 처칠의 문구는 시민들에게 지난 아픔의 역사를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