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세단이지만 '고속 안정감, 높은 연비, 조용한 실내' 등 자랑
[ 뉴스핌=한기진 기자 ] 지난 5일 오후 20mm 비를 맞으며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속도 욕심이 났다. 경기도 고양시 자유로를 시속 60~70km로 달리는데 옆의 차들이 추월하며 튀긴 빗물을 얻어맞자 경쟁의식이 발동했다. 당초 연비를 확인하려는 시승이었지만 전면 수정했다.
경차, 트럭 순으로 5~7대가 앞서나가자 가속페달에 힘을 준다. 에코에서 스포츠모드로 전환하자 속도가 붙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속도 좀 나는구나…’ 느낌에 속도계를 보니 140km다. 하체가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한 느낌. 서스펜션이 무르지 않아 고속에서도 잘 버텨준 효과다. 고속주행에서 하체를 통해 핸들로 전달되는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 120km까지는 매우 안정적이다. 민첩하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핸들링도 한 몫 하는 듯 했다.
급가속을 반복하며 가솔린 엔진의 높은 RPM을 사용한지 10여분. 아차!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연비가 걱정돼 계기판의 정보 창을 확인한다. 19km/ℓ. 추월 차에 경쟁심리만 발동하지 않았어도 앞자리를 2로 만들 수 있었을 같아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이정도 연비에 고속 안정감까지 받게 된 것은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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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IG 하이브리드 주행 사진<사진=현대차> |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타본 기자는 상당한 상품성을 확인했다. 전장 4930mm, 전폭 1865mm에 달하는 덩치 큰 세단이지만 묵직한 하체에서 오는 고속 안정감, 높은 연비, 조용한 실내는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디자인보다 독일차의 달리기 성능을 따라잡고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기술개발에 역점을 둬 왔던 터였다. 그런 노력이 그랜저IG 하이브리드에서 결실을 맺은 듯 했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2359cc 세타II 2.4 MPI 엔진을 탑재,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0kgfㆍm을 발휘한다. 여기에 고출력 모터가 적용되는데 최고출력 38kW, 최대토크 205Nm을 낸다.
전기 모터 출력이 기존 보다 8.6% 개선되고 고전압 배터리 용량도 23% 좋아졌다. 전기차(EV) 모드로만 달릴 수 있는 최고 속도와 거리가 늘었다는 의미다.
시내주행에서는 전기차를 타는 것 같다. 시동 버튼을 눌러도 가솔린 엔진이 깨어나지 않았다. 계기판에 조명이 들어온 것을 보고서야 달릴 준비가 됐음을 안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행주대교까지 5km 정도를 가다 서다 하며 80km 이내로만 달렸는데 엔진 회전음을 들을 수 없었다. 70km 속도까지는 전기차(EV) 모드로만 달렸던 거다.
자유로 고속도로에서나 엔진이 움직였다. 전기 모터와 엔진의 합산출력이 200마력에 가깝고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변속기가 맞물려 상당한 기동성을 발휘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무단 변속기(CVT)를 장착한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엔진 회전 속도와 소리가 좋다.
이날 44.9km를 달린 결과 연비는 16.0km/ℓ. 제조사 발표 16.2km/ℓ와 같다. 거칠게 운전하는 시승회 특성상 일반 운전자의 운전습관이라면 18km/ℓ 이상도 가능할 듯 하다. 이 정도면 경차 수준이다. 고속으로 달릴 일이 없는 출퇴근족이라면 전기차로만 달리니 연비 걱정도 할 필요 없겠다.
친환경차가 올해는 정말 많이 팔릴 것 같은 확신이 든다. 그랜저IG 하이브리드가 판매 4일만에 1630대나 계약됐다. 올해 1만대를 목표했는데 16%나 팔렸다. 제조사도 놀라는 눈치다.
이차를 선택할 운전자라면 안전 편의사양인 ‘스마트센스’를 추천하고 싶다.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차선 이탈시 스스로 차선 안으로 들어오도록 핸들을 꺾어준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