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지수 4년9개월만에 최대폭 상승
스태그플레이션일까, 장기저성장 탈피 신호일까
[세종=뉴스핌 오승주 기자] 소비자물가지수가 4년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지표도 개선 기미를 보이면서 장기 경기침체 국면이 회복세로 돌아설지 기대를 모은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2% 상승했다. 2012년 6월(2.2%)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상반기 0%대를 오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이후 1%대로 올라선 뒤 올해 1월 2.0%, 2월 1.9% 3월 2.2% 등 2%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게 된다. 하지만 경기상승의 초기 국면에 물가 상승이 나타나며 선행지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물가 오름세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급등)의 징후인지, 장기 저성장 국면의 탈피를 보여주는 선행지표일지 관심이 쏠린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 <자료=통계청> |
소비자물가 상승을 직접적으로 이끈 것은 석유류다. 지난해 4월 30달러(배럴당)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국제유가(두바이산 기준)가 올들어서는 50달러대까지 오르면서 국내 물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물가를 몸으로 느낄수 있는 체감지표인 생활물가지수도 농축수산물과 에너지 가격 상승폭 확대로 오름세가 확대됐다. 식품 등을 포함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8% 올랐다. 2012년 1월(3.1%)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다.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물가는 지난해 3월에 비해 7.5% 올랐다. 신선식품지수(50개 품목)도 올들어 상승세가 확대(1월 114.89, 3월 115.95)되고 있다.
물가상승과 더불어 수출이 살아나는 점도 긍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수출액은 489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3.7%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내수 지표 가운데 하나인 물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경제 회복이 가시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다른 장밋빛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수출과 내수의 쌍끌이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봄바람이 담긴 경기 전망치가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7로 두 달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10월(102.0)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다다랐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심리지표도 밝다. 3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올들어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섣불리 내수를 비롯해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조정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고 농산물 가격안정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소비자물가의 추가적인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