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요건 까다로워 실행 의문..과거 실패 사례 다수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눈덩이 현금 자산을 보유한 사모펀드 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금 조달 계획이 불투명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반가운 일. 하지만 이들의 투자 요건과 기대 수익률이 높아 실제 사모펀드 업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도널드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31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사모펀드 업계는 총 43개 신규 펀드를 통해 305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한 상황이다. 업계는 이를 북미 지역의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사모펀드 업계가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뒤 특정 프로젝트 투자나 자산 매입 등을 통해 집행하지 않은 자금이 68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와 교각부터 병원, 공항에 이르기까지 10년간 1조달러에 이르는 인프라 건설 계획을 제시한 뒤 자금 창구를 찾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사모펀드 업계의 눈높이다. 이들은 지극히 노골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투자 수익률이 10%를 넘어야 하며, 투자 기간이 10년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 펀드 투자자들이 비교적 중장기 관점에서 자금을 베팅하지만 10년 이상 발이 묶이는 상황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 전에도 프로젝트에서 안정적인 수입이 창출돼야 한다는 것이 사모펀드 업계의 주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모펀드를 포함한 민간 자본의 프로젝트 참여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브리 레인 버지니아주 교통부 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민간 부문의 투자 참여가 시민들의 도로 요금을 포함한 각종 비용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간 자본이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디애나주의 유료 도로다.
호주의 맥쿼리와 스페인의 인프라 업체 페로비알이 157마일에 이르는 고속도로의 75년 리스 계약을 38억달러에 체결했으나 불과 6년만에 파산을 선언했다.
당초 매 7년마다 교통량이 1% 늘어나면서 요금 수입이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상 교통량은 31% 급감했던 것.
결국 1956년 건축된 유료 고속도로는 2006년 민간 투자자의 소유로 넘어갔고, 실패한 인프라 투자로 기록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경제팀을 축으로 이달 초부터 1조달러 인프라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