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용서할 수 있다'는 삼성그룹 경영철학이 갤럭시 재기 원동력
[뉴스핌=김겨레 기자] "애플도 따라할 기기"(월스트리트저널) "올해 가장 아름다운 스마트폰" (CNBC방송) "삼성, 스마트폰 리더십 회복"(로이터)
삼성전자가 '갤럭시S8'로 재기에 성공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갤럭시S8 공개 현장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전세계 언론들은 전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방수, 고속 충전 등의 장점을 그대로 채용하면서 인공지능 '빅스비'로 한 발 더 나아간 데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외신들은 '갤럭시노트7' 단종을 두고 "심각한 브랜드 이미지 실추", "회복할 수 없는 타격", "이재용 부회장의 위기"라는 평가를 쏟아낸 바 있다. 불과 6개월 만에 평이 정반대로 뒤집힌 것이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배경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믿음경영이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재계 안팎에서는 갤럭시노트7 사태 수습 후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대규모로 경질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삼성전자의 인사 원칙이 경영 성과에 따른 철저한 '신상필벌'이기 때문이다. 연령과 연차를 불문하고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실적을 거둔 인재는 2년 이상 먼저 발탁되는 경우도, 승승장구 하던 임원이 한순간 옷을 벗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무선사업부에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의 "부정은 용납할 수 없지만 실수는 용서할 수 있다"는 경영 철학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노트7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회수까지 결정한 것도 이 부회장이다. 과감한 결단은 오너가 아니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만약 이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 책임자를 대거 경질했다면 삼성은 반성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과도한 책임 추궁은 조직 구성원들이 몸을 사리고 눈치만 보게 만든다. 도전과 혁신 의지가 생명인 정보기술(IT)업계에서 보신주의는 치명적인 독이다.
고 사장을 비롯한 무선사업부 임직원은 스스로 갤럭시노트7의 결함 원인을 밝혀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갤럭시S8에 반영할 수 있었다. 고 사장은 "우리가 뭘 잘못해 왔는지 확인했고, 내가 직접 수습했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갤럭시노트7의 뼈아픈 경험은 치욕이 아니라 향후 삼성전자의 전진을 위해 쓰일 자산이 됐다. 선대회장한테 배운 이재용 부회장의 믿음 경영이 삼성전자를 더욱 강하게 만든 셈이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