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경영참여+주가부양+고배당 효과 등 노려
선진국에선 법적분쟁 소지 커 대부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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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지완 기자] 국내 대기업들에 대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지주회사 전환 요구가 잇따른다. 이에 기업들은 그룹 지배력 확대라는 확실한 장점 등을 이유로 지주사 전환을 검토 혹은 준비중이다. 헤지펀드 등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 같은 요구는 주가 부양, 안정적 배당 확보, 경영 활동에 대한 디테일한 파악 등이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10월5일 삼성전자 지분 0.62%를 보유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을 제안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최근 현대차그룹에 대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경로가 명확해지고 있다. 현대차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지주사가 될 수 있다”며 새로운 개편 가능성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핵심이 모비스가 아닌 현대차라는 내용에 당일 현대차 주가는 급등했다.
◆ 분할 후 합산시총 증가 전망...안정적 배당 노려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 특히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소식에 예민하다. 왜일까. 우선 기업분할 이슈 자체가 주가 부양의 기폭제로 작용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분할을 하면 기업가치 자체에는 변화가 없지만, 분할계획을 발표한 후 대부분 주가가 상승했다. 분할후 주목받지 못했던 비상장 계열사 등이 부각되고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 구조조정 용이성 등 정성적 요인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기업 분할이 기관들의 매수를 유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총 30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가 사업부문을 여러 개로 분할하면 기관투자자는 펀드 내 동일종목 투자한도부담을 덜 수 있다”며 “각 부문의 사업가치가 재평가되고 합산 시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봤다.
투자금의 효율적인 분산도 이유 중 하나다. 박병창 교보증권 상암DMC지점장은 “상당수 전문가들이 삼성전자 분할 후 사업회사 주가는 급등, 지주회사 주가는 부진을 예상하고 있다”며 “결국 분할된 지주회사 주식을 팔고, 사업회사에 집중할 경우 같은 투자금으로 2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풀이했다.
분할시 배당수익률을 높이기도 한다. 김윤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대만 증시는 올해 배당수익률이 4.1%로 한국(1.9%)에 비해 크게 높다”면서 “때문에 고배당을 선호하는 외국 자금이 대만증시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 2월말 기준으로 전체 시총에서 외국인 비중은 40.1%로 한국 35.7%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한이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후 자회사들로부터 배당수익이 늘고, 지주사의 주당배당액(DPS)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했다. 두산은 2015년 39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고도 전년보다 배당액보다 550원 늘어난 4550원을 배당했다.
미국이 최근 금리 인상을 본격화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50% 수준까지 올랐다. 장기투자를 선호하는 외국투자자들은 국내주식 배당수익률이 미국 국채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고민이 많아졌다. 이에 지주사 전환을 유도해 배당수익률을 높일려는 심산같다”고 해석했다.
◆ "지주전환으로 비상장 자회사 경영활동 파악 가능...美 순수지주사 사라져"
지주사 전환으로 기업경영 활동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일반기업은 지배관계에 있는 종속회사만 공시하면 되지만, 지주사가 되면 자회사 전체를 공시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15개 상장 자회사는 물론 그 동안 활동내역을 알 수 없었던 43개의 비상장 자회사 및 자회사로 편입되는 모든 기업들의 경영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또 상장 자회사의 경우도 중복공시되는 부분이 있어 삼성그룹 활동의 전체를 지주사 공시만으로 확인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외국투자자들은 기업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엘리엇은 다양한 소수주주권의 행사 시도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 전달 및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면서 “특히 상장회사는 특례 규정을 통해 분산 소유구조를 특징하기 때문에 소수주주권 행사가 용이하다”고 전했다.
임선균 프로티어M&A 대리는 “미국에선 법적 분쟁이 빈번해 사업지주회사 하나만 상장한다. 또 상장지주사가 자회사 지분 100%를 소유해 소수주주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면서 “반면 한국 기업들은 여러 자회사가 상장돼 있고 지분이 분산돼 법적분쟁의 소지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원> |
현재 국내법상으로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회사는 지분 0.5%를 6개월 이상만 보유하면 주총소집, 회계장부열람권, 주주제안권, 이사해임 청구, 주주대표 소송 등의 소수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미국과 영국은 주총소집에 지분 10%, 독일은 5%, 일본은 3%가 필요하며 이사해임 청구도 미국은 10%가 필요하다.
한편, 미국에서는 1899년 스탠다드 트러스트라는 석유회사가 42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등 최초의순수 지주회사가 됐다. 이후 지주회사 방식이 크게 유행했지만 피라미드형 지주회사 집단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1930년을 전후해 대부분 사라졌다. 일본 역시 독점금지법을 통해 주식 소유를 통해 사업지배력을 과도하게 집중하는 회사 설립 및 전환을 금지하고 있다.
<자료=한국기업지배구조원> |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