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대비한 명분 쌓기?…'사실상 불허' 해석도
[뉴스핌=김연순, 송주오 기자]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조건부 컨소시엄 허용 카드를 꺼내면서 공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넘겼다.
'컨소시엄 불가'라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온 KDB산업은행이 한발 물러선 형식을 취했지만, 업계에선 산은이 소송에 대비한 명분 쌓기용이라고 분석한다. 동시에 '사실상 컨소시엄 구성 불허' 입장을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8일 산업은행은 주주협의회에서 '우선매수권 행사기한 내에 구체적이고 타당성이 있는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할 경우 허용 여부를 재논의한다'는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는 계열사를 통한 자금조달이나 재무적 투자자를 배제하는 등 기본원칙을 적용한 자금조달계획을 박 회장이 내놓아야한다는 거다. 이는 또 다음달 13일 우선매수권 행사기한까지 완료돼야 한다.
박 회장은 그동안 '선(先) 조건 없는 컨소시엄 허용, 후(後) 컨소시엄 구성안과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안 제출'을 주장해왔다. 채권단의 이날 결정은 이와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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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핌> |
박 회장이 "산은이 주주협의회에서 논의나 부의도 하지 않고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문제삼아 소송을 언급했다. 산은의 이날 결정은 이에 대응하는 성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선 유력후보들이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히자 채권단에선 '판단 유보' 기류를 형성됐다. 이에 산은은 '소송시 악영향' 논리를 내세워 채권은행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최근 산업은행이 주주협의회 소속 채권은행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형식으로 어떻게든 결론을 내고 가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조건부 컨소시엄 허용 안건은 시중은행들과 협의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산은이 자금조달 계획안과 관련해 "합리적인 근거'를 내세우고 있어 '사실상 불허'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검토 가치도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산업은행은 약정서상 법적으로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제시해왔다"면서 "그러한 이유로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부결시키고, 한편으로는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고 이율배반적인 결정은 이해할 수 없으며 검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산은이 박 회장의 요구대로 주주협의회에 안건을 부의했지만 박 회장측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컨소시엄 구성안을 채권단에 제출할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금호측의 반발에 대해선)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면서 "컨소시엄 구성안과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안을 받아보고 합리적이면 허용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컨소시엄 구성 허용건에 대해 채권단이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 입증을 명분으로 박삼구 회장에게 공을 넘긴 상황"이라며 "다만 박 회장이 채권단에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 등을 건내기는 쉽지 않아 법적 소송 등을 통해 당분간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와 박 회장 양측 모두에 반대하며 이날 산업은행을 방문해 매각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송주오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