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주요 종목 20% 폭락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뉴욕증시가 트럼프 랠리를 타고 뜨거운 상승 열기를 토해낸 사이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가 폭락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수십 차례 갈아치운 강세장에 리츠가 ‘마이웨이’를 연출한 것은 소매업계의 불황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분석이다.
월마트 <사진=블룸버그> |
2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리츠 대표 종목인 CBL 앤 어소시어츠 프로퍼티스와 펜실베니아 리얼 에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 그리고 워싱턴 프라임 그룹이 연초 이후 일제히 20%를 웃도는 하락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 데이터 분석 업체인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개별 리츠 종목에 대한 공매도 역시 지난해 말 이후 20% 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리츠가 수직 하락한 데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소매업계의 불황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마존의 급성장에 월마트를 필두로 전통적인 소매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올들어 소매업계 위기 경고가 나오는 등 비관론이 크게 확산됐고, 실제로 주요 업체들의 영업점 폐쇄가 꼬리를 물었다.
지난달 JC페니가 약 1000개 영업점 가운데 140개 매장을 오는 6월까지 폐쇄하기로 했고, 메이시스 역시 약 70개 영업점을 닫을 계획이다.
연초 시어스는 150개 매장을 폐점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경영난이 날로 악화, 최근 계속기업 가치에 대한 회의론마저 불거진 상황이다.
이어 게임스톱이 150개 영업점을 닫기로 하는 등 소매업계의 매장 퇴출은 최근까지 보다 광범위한 업계로 번지는 양상이다.
문을 닫는 유통 매장이 속출하면서 관련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한파가 닥쳤고, 이는 리츠의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월가의 설명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의 영업점 폐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02~2016년 사이 연 평균 11% 가량의 수익률을 창출하며 투자자들에게 쏠쏠한 수익률을 안겨줬던 리츠가 위험 자산으로 전락했다.
코언 앤 스트리트의 로렐 더케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리츠의 하락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소매업체들의 매장 폐쇄를 감안할 때 리츠 하락은 이제 겨우 3이닝에 들어선 셈”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리츠에 대한 하락 베팅이 소매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리츠를 구성하는 부동산 자산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어 상품별로 가격 등락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고 투자자들은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