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퍼스트, 지난해 보호주의 지양 결의와 상충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다음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석하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주요국의 환율을 정조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이 인위적인 통화 가치 평가절하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전달할 것이라는 얘기다.
스티븐 므누신 <사진=블룸버그> |
지난해 G20 회의에서 보호주의를 척결하기로 했던 주요국이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므누신 장관은 오는 17일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에서 통화 가치 평가절하를 통해 무역 경쟁력을 높이는 행위에 대해 일침을 가할 계획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이와 함께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문제는 주요국들이 공정한 무역 질서를 세우기 위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책자들은 중국과 독일, 일본에 대해 통화 가치를 부당하게 끌어내려 글로벌 시장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G20 회의에서도 참가국의 대표들은 경쟁적인 통화 가치 인하를 지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경제 펀더멘털과 무역가중치 등을 감안할 때 교역 상대국들이 여전히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므누신 장관의 발언 수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비판의 강도에 따라 외환시장이 단기적으로 출렁거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일본 엔화의 경우 지난달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데 따라 현 수준의 환율이 백악관의 심기를 크게 건드리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독일이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저평가된 유로화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의 비판에 대해 9일 통화정책 회의를 가진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유로화 환율이 시장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 독일을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부터 주장했던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데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존의 요건을 수정하지 않고서는 중국에 환율조작국이라는 꼬리표를 달 수 없다는 판단이다.
환율 문제는 무역수지와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갖는다. 지난 1월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485억달러로 약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자를 줄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백악관은 일본과 독일을 필두로 적자 규모가 큰 국가에 상업용 및 군사용 상품 판매를 늘리도록 통상 압박을 가하는 움직임이다.
무엇보다 국제 교역과 관련해 지난해 7월 중국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척결할 것’이라는 문구를 채택했다.
이 때문에 고강도 보호주의 정책을 취하고 있는 미국 측의 입장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므누신 장관의 승인이 요구되는 국경세 추진이 지난해 결의와 위배되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므누신 장관이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과 유로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내세울 경우 골드만 삭스 그룹의 부회장을 지낸 드라기 ECB 총재에 대해 난처한 입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은 지난 1986년 골드만 삭스에 합류, 그룹 최고정보관리책임자 자리까지 오른 뒤 2003년 퇴사했고, 드라기 총재는 2002~2005년 그룹의 부회장을 지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