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스위스 중앙은행 환시 개입 대폭 축소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 조작 비판이 엉뚱한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을 필두로 일본과 독일로 전개된 트럼프 팀의 통화 평가절하 주장이 대만 달러화와 스위스 프랑화 가치를 끌어올린 것.
스위스 프랑화 <출처=신화/뉴시스> |
이들 국가는 지난해 4분기 미국 달러화를 매도,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선 바 있어 최근 반등이 ‘제 발등 저린’ 반응이라는 평가다.
1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대만 달러화는 연초 이후 미국 달러화에 대해 5.3%에 이르는 랠리를 펼쳤다. 같은 기간 스위스 프랑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 2% 상승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주요 통화의 명암도 뚜렷하게 엇갈린다. 대만 달러화가 2.3% 올랐고, 한국 원화와 스위스 프랑화는 각각 0.4%와 2.4%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와 엔화 낙폭인 3.4%와 7.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미국 제조업 부활과 보호 무역주의 등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몰아세웠다.
취임 이후에는 일본에 대해서도 엔화 가치를 끌어내려 국제 무역시장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독일이 ‘말도 안되게’ 저평가된 유로화를 통해 커다란 덕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톱5 무역 파트너에 해당한다. 하지만 3개 국가를 향한 백악관의 화살이 실상 대만과 스위스에 꽂히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싱가포르 ANZ의 아시아 리서치 팀에 따르면 대만 중앙은행은 2012년 이후 매 분기마다 30억달러를 웃도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달러를 포함한 주요 외화를 사들여 자국 통화 평가절하를 도모했던 것.
하지만 미국 대선이 실시됐던 지난해 4분기 시장 개입 규모는 5억달러로 급감했다.
사정은 스위스도 마찬가지. 지난해 1~9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맞먹는 규모로 공격적인 환시 개입에 나섰던 중앙은행은 4분기 개입 규모를 흑자 폭의 67%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미국 대선 이후 대만 달러와 스위스 프랑이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JP모간은 보고서를 통해 “스위스 중앙은행이 환시 개입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판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고빈다 핀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대만과 스위스 이외에 대미 수출 흑자를 기록하거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큰 국가가 긴장하는 모습”이라며 “한국 원화가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5.2% 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국가의 통화 상승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출을 포함한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통화 강세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