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재계 경영유착 대책 고심
기부금 집행 투명성 강화·대관 업무 축소 등 확대 전망
[뉴스핌=최유리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서 재계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10일 주요 기업들은 기부금 집행 투명성 강화와 대관 업무 축소 등 정격유착 단절을 위한 대책을 고심 중이다.
헌재가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모금을 최순실씨와 관련된 사익 추구로 판단하면서 이에 참여한 기업들에게도 화살이 돌아가게 됐기 때문이다. 탄핵 인용으로 반기업 정서가 더욱 확산될 우려도 큰 상황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총 53곳, 출연금 규모는 774억원이다. 기업별로는 삼성 204억원, 현대차 128억원, SK 111억원, LG 78억원, 포스코 49억원, 롯데 45억원, GS 42억원, 한화 25억원, KT 18억원 등이다.
재계 5대그룹 <김학선 사진기자> |
이미 삼성과 SK 등 재계 주요 기업들은 정경유착을 차단하기 위한 쇄신안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은 최근 10억원 이상의 기부금이나 후원금 등을 지출할 경우 반드시 이사회를 거치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을 의결했다. 기부금 지출에 대한 엄격한 의사결정으로 정경유착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삼성전자는 자기자본 0.5% 이상인 기부금에 대해서만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액 기부라도 기부금의 사용 목적이나 액수 등을 이사회에서 논의한다. 삼성 안팎에선 사회공헌의 투명성이 더 높아져 기업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홍보팀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집행을 점검하게 돼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면서 대관 업무 조직을 없앴다. 그간 정치권과 법조계 등을 대상으로 한 대관 업무는 정경유착의 핵심으로 지적되며 비판을 받아왔다. 기업 입장에서 우호적 사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임에도 해당 조직을 없앤 것은 정경유착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SK도 후원금 처리 기준을 강화하며 정경유착 차단 흐름에 합류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은 지난달 정관 개정을 통해 10억원 이상 기부금이나 후원금, 출연금 등에 대해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주요 안건만 의결에 붙이던 기존 정관보다 더 까다롭게 변경한 셈이다. 기부금 집행에 있어 보다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기업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맏형 격인 삼성이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재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벌어지던 정치권의 후원금 요구 등에 대해 체계를 갖추면서 정경유착을 단절하는 계기가 재계에 퍼질 것"이라며 "다만 대관 업무는 진행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트 재단 모금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정경유착 근절을 위한 시스템 마련을 최대 과제로 꼽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 4일 취임사를 통해 정경유착 근절과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기능 강화 등 3대 혁신방향을 제시하며 "앞으로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정경유착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