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올해 적용 할인율, 기존의 89% 수준으로 조정"
[뉴스핌=이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달부터 보험사들과 부채적정성평가제도(LAT)개정 작업에 착수한다. 오는 2021년 도입될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연착륙을 위해 미리 보험사들이 적정 수준의 준비금을 쌓도록 유도하겠다는 것.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보험사들의 작년 결산이 끝나는 이달부터 LAT 개정 작업에 들어간다. 5월 IFRS17 기준서가 확정·발표되기 전에 업계와 논의해 개정 작업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LAT란 보험계약으로부터 발생할 미래 현금유입과 유출액을 현재 가치로 바꿔 책임준비금의 추가 적립이 필요한지를 평가하는 제도다. 요컨대 책임준비금을 적정하게 쌓기 위한 평가를 하는 것. LAT를 산정을 위한 할인율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준비금 규모가 달라진다.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가로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할인율이 낮아질수록 준비금 규모는 커진다. 할인율이 1%포인트 달라지면 보험업계 전체 부채가 많게는 10조원 이상 변경된다고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LAT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낮추겠다고 밝혀왔다. 지금까지 보험사들은 할인율을 정할 때 금감원이 제시한 200여개의 금리 시나리오에 보수성을 감안해 추정한 미래의 각 시점별 운용자산이익률을 사용했다. 지난해 생명보험업계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4% 정도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운용자산이익률 대신 시장무위험수익률(20년 만기 국고채금리 등)에 유동성 프리미엄을 얹어 할인율을 산출토록 한다. 이렇게 되면 최종적으로는 할인율이 2.5%까지 내려갈 수 있다.
다만 급격한 할인율 조정으로 인한 보험사들의 타격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할인율을 낮춰갈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있었던 업무설명회에서 올해 할인율을 기존의 89%수준으로 낮추고 내년에는 85%, 2019년에는 81%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예를 들어 한 보험사의 평균 할인율이 4%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이를 3.5%정도로 낮추고, 순차적으로 낮춰 2019년 까지 2.5%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것.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부터 보험사들과 LAT개정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며 "할인율 수준은 업계와 더 논의해봐야 하는 사항이지만, 올해 LAT제도 시행세칙을 개정해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지난 8일 IFRS17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업계와 당국이 공동으로 도입준비위원회를 출범시킨 만큼, LAT개정 작업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LAT제도 시행세칙 개정을 도입준비위원회 안건에 부의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다만 업계에서는 LAT제도 개정 및 적용이 최대한 늦춰지길 내심 기대하고 있다. 보험사나 보험 계약마다 다르지만, 올해 LAT개정으로 할인율이 최대 100bp(1.0%)까지 떨어질 수 있어 영향이 크기 때문.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의 연착륙을 위해 올해부터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워낙 영향이 크다 보니 보험사들은 신지급여력제도(RBC)나 LAT개정을 최대한 천천히 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며 "또 올해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시중금리 상황을 봐 가면서 할인율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를 IFRS17도입 준비단계로 보고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으로 LAT제도와 RBC제도 시행세칙을 개정해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3분기 중으로는 감독회계 기준을 마련하고, 4분기까지는 신지급여력제도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