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주장한 적 없다” 말바꿔
금감원 법조계 "배임죄 해당되지 않는다"
[뉴스핌=김승동 기자]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소위 '빅 3' 생명보험사가 무릎을 꿇었다. "자살보험금을 다 지급하면 배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버티던 호기가 간 데 없다. '소멸 시효가 지난 계약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소멸시효 이전 건만 지급하겠다는 방침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CEO 연임 불가, 영업정지 등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에만 급급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진짜 논란은 이제부터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한화생명은 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미지급한 자살보험금 약 910억원, 637건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2일 삼성생명도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1740억원, 3337건을 전액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던 지난달 23일 교보생명도 전건 지급을 결정했다.
당초 삼성·한화생명 등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할 필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앞세웠다. 지급하면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예상보다 높은 수위의 제재를 예고하자 태도를 바꿨다.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배임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했을 뿐 배임죄라고 강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삼성·한화생명은 상장사이기에 주주가 배임죄 등으로 CEO 및 회사에 소송을 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은 외국계 투자 지분이 50% 정도 되므로 대법원 판결에 위배되는 보험금 지급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급 결정한 자살보험금도 ‘위로금’으로 지급 항목을 변경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금감원 및 법조계에선 해당 항목이 원칙적으로 배임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백주선 법률사무소 상생 대표 변호사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해서 해당 채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지급하는 것이 위법한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배임죄로 처벌한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보험준법검사실 관계자는 “만약 자살보험금 지급이 배임죄에 해당한다면 휴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도 배임죄에 해당할 것”이라며 “소멸시효가 지난 휴면보험금은 지금도 캠페인까지 하며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자살보험금 전체를 지급하기로 한 ING생명, 알리안츠생명, 현대라이프생명 등 외국계 생보사들과 국내 대다수 생보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주주는 현재까지 없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자살보험금 관련 상품의 약관에는 자살한 가입자의 경우 자살보험금을 신청하라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작성자불이익 원칙에 따라 이는 소멸시효 자체가 성립할 수 없어 보험금 미지급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오 국장은 “결국 보험사들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