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홍군 유통부장]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공식 브리핑에서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와 관련 “외국 기업은 반드시 중국의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하며 외국 기업의 성공 여부는 중국 소비자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롯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당국마저 공식 채널을 통해 롯데에 대한 보복조치를 정당화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미, 일부 중국 기업들은 롯데와의 협력 관계를 잠정 중단하고, 소비자들은 백화점과 마트, 영화관, 식품 등 롯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설 태세다.
중국 언론들은 진작부터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으며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동해 왔다.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사실이 알려진 직후 사설을 통해 “롯데를 중국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중국 이익에 위해를 가하는 외부 세력을 살일경백(殺一儆百ㆍ한 명을 죽여 100명에게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계기로 롯데에 대한 보복이 현실화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서 한국의 금호타이어와 미국 애플, 일본 니콘 등도 이날 방영되는 중국 관영 CCTV의 고발 프로그램의 표적이 돼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롯데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중국 당국은 롯데가 우리 정부에 사드 부지 대체지를 제공키로 한 직후부터 롯데의 각 사업장에 세무조사와 소방ㆍ위생ㆍ안전점검을 통해 행정제재를 가했다. 롯데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선양 롯데월드타운 공사를 중단시키는 조치도 취했다.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롯데는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결정을 한 달 이상 미뤘지만, 결국 국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사드 부지 확보로 한미 동맹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한 정부는 롯데의 불행에 손놓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중국 측 조치들이 관련 국제 규범에 저촉되거나 위배되는지 사항들을 포함해서 법적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보복이 예견돼 있었고 실제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대처할 준비가 구체적으로 안돼 있는 셈이다. 롯데의 결정 직후 성주골프장을 군사보호구역으로 설정하고, 경계병을 배치하는 발빠른 후속조치에 나선 것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뤄진 결정으로, 완벽한 선의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보복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내린 결단을 폄하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우방인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북한의 위협 등으로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더불어 해외에 나간 우리 기업이 정부의 정책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를 저지할 책무도 있다.
중국 역시 롯데가 지난 20여년간 자국에 1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고, 2만여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임을 상기하기 바란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