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서비스, 단순 업무만…공인인증서 깔기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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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송주오 기자]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67세)는 모임 회비를 보낼 때마다 자녀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보내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는 게 귀찮아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려 하지만 쉽지 않아서 매번 부탁을 해야해서다. 모바일뱅킹 접속을 위해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글씨가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 또 매번 패턴이 바뀌는 것도 익숙지 않고 메뉴를 찾는 것도 힘들다. 이런 고충을 몰라주는 은행이 야속할 뿐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만 65세 이상 인구 비율 14% 이상)에 진입하면서 시중은행의 시니어 고객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뱅킹 등 서비스는 시니어 고객에게 불편하기만 하다. 올 들어 은행들이 글씨 크기를 키우는 등의 시니어 전용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정보 제공과 송금 등에 국한돼 있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이상 장년층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13.7%이다. 전년에 비해 9%p 오르며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20·30대의 이용률은 정체를 보였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시니어 전용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골든라이프 뱅킹(국민은행) ▲미래설계 for you(신한은행) ▲큰 글 송금(농협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들의 시니어 전용 서비스는 ▲큰 글씨 ▲정보 제공 ▲송금 등으로 요약된다. 글씨 크기를 키워 가독성을 높이고 주로 사용하는 송금 서비스를 메인으로 내세웠다. 농협은행은 큰 글 송금 서비스 도입 후 50~60대 이용자가 4.5% 증가했다.
다만 시니어 서비스가 다른 금융 서비스로 확대되지 않아 모바일뱅킹 이용을 높이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송금, 이체 외에 다른 금융 거래에 시니어 전용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모바일뱅킹을 실제 이용하는 시니어층은 통계보다 적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50대 이상 모바일뱅킹 신규 가입자들을 분석한 결과 직원의 권유로 시작한 비중이 다수를 차지했다. 가입만 하고 실제 이용은 하지 않는 시니어 고객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모바일뱅킹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모바일뱅킹 이용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예금을 모바일뱅킹에서 가입할 경우 0.1~0.4%p의 우대 금리를 받는다.
대출상품은 금리를 깎아준다.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킹을 통해 주담대를 받는 고객에게 0.2%p의 금리를 우대해준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0.1%p 인하해 적용한다. 환전도 예외가 아니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면 최대 90%까지 우대 환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시니어 고객들은 20~30대에 비해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데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기 위해 공인인증서를 스마트폰에 가져와야 하는 데 복잡한 절차가 걸림돌이다. 예컨데 PC에서 스마트폰으로 공인인증서를 복사하려면 별도의 앱을 설치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몇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간단한 스마트폰 조작만 하는 시니어들에겐 첫 관문부터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바일뱅킹에 최첨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추가하면서 모바일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을 주로 타깃으로 해왔다”면서 “시니어 고객들도 모바일기기 이용이 익숙해진 만큼 이들을 위한 관련 서비스가 계속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