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UHD방송 허가 한 달 만에 시작 시기 연기 요청
방통위, 지상파 말만 듣다 국민 앞 약속 결국 어겨
[뉴스핌=심지혜 기자] KBS, MBC, SBS 등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이 예정보다 3개월 늦은 5월말에 시작된다. 장비 도입의 지연과 기술적 문제 등의 이유로 2월 방송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방송 허가 심사 과정에서 지적됐던 사항들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지상파 말만 믿다 국만과 약속을 어기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15일 전체회의를 통해 2월 예정이었던 지상파 UHD 본방송 개시일을 5월 31일로 조정했다.
![]() |
방통위는 지상파 UHD 본방송 시작일을 2월에서 5월 말로 연기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
최성준 위원장은 “시험방송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의견이 있어 수도권 본방송 시작일을 5월 말로 연기한다”며 “안정적 방송을 위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송구하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4일간의 심사 과정을 거쳐 11월 11일 수도권 지상파 UHD 방송국 신규 허가를 의결했다. 방통위는 오는 2월 수도권을 시작으로 연말 광역시 및 강원권, 2020~2021년 전국 시군으로 세계 첫 지상파 UHD 본방송을 개시할 계획이었다.
당시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의 강력한 주장과 함께 이 시기가 2018년 평창동계 올림픽 개막 1년 전이라는 것을 고려해 2월로 시작일을 정했다. 지상파와 방통위는 평창올림픽에서 UHD 방송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방송 허가 심사 과정에서 2월 시작에 자신감을 보였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한 달 후인 12월 23일 방송 개시일 연기를 방통위에 요청했다. 시험방송 과정에서 발견한 예상치 못한 오류를 수종하고 방송 장비간 정합성을 충분히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KBS의 UHD 장비 도입이 지연돼 4월에나 적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는 미래창조과학부 등에 의견 조회하고 지상파 방송사들을 만나며 연기 여부를 고민하다 결국 지상파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다.
시작 시점인 5월 31일은 KBS 방송장비가 구축된(4월 말) 후 약 1개월 간의 테스트 기간이 필요한 것까지 고려해 정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김대회 KBS 전략기획실장, 김성근 MBC 방송인프라본부장, 신경렬 SBS 정책실장 등 지상파 3사 관계자는 모두 "이번엔 국민과의 약속을 최대한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기주 위원은 "지상파 세계 최초로 UHD 방송을 시작하겠다고 주장한 것은 남들이 하지 않은 것들을 먼저 하면서 발생될 수 있는 위험까지 감수하겠다는 것인데 이처럼 안정성을 계속 주장하게 되면 세계 최초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이번 UHD 방송 시작 시기 연기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당초 방송 허가 심사 과정에서 기술 미비 등의 문제가 지적됐으며 심사위원장인 고삼석 위원 조차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고삼석 위원은 "허가 심사 과정에서 문제점을 철저하게 점검하지 못한 것은 우리 위원회에도 책임이 있다"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는 지상파 3사에 2월 28일부터 본방송에 준하는 수준의 UHD 시험방송을 주문했다. 지금까지는 UHD 방송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틀어주는 식으로 시험 방송을 진행했다면 이후부터는 HD 방송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UHD 실시간 방송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지상파 UHD 본방송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상파 방송사들과 함께 TF를 꾸려 준비 상황 및 방송 상황을 지속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