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로고 바꿨지만 인적쇄신은 미풍에 그쳐
보수층 결집 시도할수록 탈당 가능성 높이고 당 확장성 떨어져
[뉴스핌=조세훈 기자] 새누리당이 당명과 로고를 바꾸고 체제정비에 나섰다. 전국을 도는 반성 버스투어를 통해 돌아선 민심을 달래고 보수 결집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당 지도부가 혁신을 외치면서도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탄핵 기각을 위해 태극기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데는 침묵해 '가짜 쇄신'이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13일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개정했다. 붉은색 횃불을 형상화한 새 당 로고도 공개했다. 14일부터는 ‘반성 미래 책임, 국민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이 전국을 도는 '반성투어'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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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외벽에 새로운 당명이 쓰인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하지만 인명진호의 핵심 혁신과제였던 인적쇄신은 성과가 미비하다. 당 지도부는 핵심친박 3인(서청원, 최경환, 윤상현 의원)에 대해선 각각 당원권 정지 3년과 1년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는데 그쳤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탈당 여부를 일임했을 뿐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친박계 인사들의 행보는 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이인제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들을 비롯해 윤상현, 조원진, 김진태 등 핵심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주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했다. 친박 이우현 의원은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검은 지금 편파 수사 중"이라 말했고 윤상현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쟁점’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탄핵 반대를 공론화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의 태극기 집회 참여는 개인 자유의사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4일 태극기 집회 참석에 대해 " 옳은 소리하는 것인지 아니면 집회에 나가서 비판받는 소리를 하는지에 관해선 국민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진정성 없는 반성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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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제12차 탄핵무효 태극기 애국집회' 참가자들이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자유한국당의 어정쩡한 모습은 보수층 결집을 통해 정치적 위기를 탈출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15%의 지지를 바탕으로 대선 후 보수경쟁에서 승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매주 일어나며 강화된 진영논리가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제3지대에 위치한 정당과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되거나 떨어진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행보가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내 한 수도권 의원은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다. 태극기 집회 참여가 여론을 모으는데 도움이 되는 지역도 있지만 수도권 지역은 그럴수록 표가 떨어져나간다"고 지적했다. 당이 탄핵에 반대할수록 민심에 민감한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들이 탈당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확장성의 한계도 제기된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자유한국당의 행보는 앞뒤가 안맞는다. 대통령의 탄핵이 잘못 됐다면 반성할 게 없지 않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큰 전략을 세우지 못하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곳으로 간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같이 가면 바른정당 같은 경우에도 자유한국당과 같이 갈 명분이 없어진다.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당은 어려워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