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내 첫 상업범죄 피해조사
범인 ‘손님’ 63%…“시선 분산되는 낮 혼잡시간 노려”
[뉴스핌=황유미 기자]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버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판매할 상품이나 가게 소품들을 훔쳐가는 도둑들 때문에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맞고 있다. 계절은 가을, 시간은 오후 3시에서 6시 사이 대낮에 절도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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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도·소매업 및 숙박업,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사업체 81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간한 '2015 상업범죄피해조사'에 따르면 보고된 전체 범죄 피해 2966건 중 재산범죄 피해가 2001건으로 65.7%를 차지했다. 폭력범죄는 965건으로 32.5%였다.
재산범죄피해 중 절도는 총 961건으로 48%를 차지했다. 연구원은 범죄 유형을 12개로 나눴다. 이를 감안하면 단일 범죄 '절도'의 비중은 매우 높다.
'범죄는 밤에 일어난다'는 사회적 통념과 달리 자영업자를 노린 절도범죄는 오후 시간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났다.
절도 사건 961건을 시간대별로 분석한 결과, 오후 3시에서 6시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 32.8%(189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오후 6~9시 저녁 시간대가 12.6%(121건),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한낮 시간대가 9.1%(87건)였다.
절도를 포함한 전체 범죄의 발생 비율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다. 22.2%를 기록했다.
이처럼 오후 시간대 절도 사건이 빈번한 이유는 절도가 대부분 외부인, 특히 손님에 의해서 일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당 조사에서 손님에 의해 발생한 절도는 63.2%(608건)을 차지했다. 직원에 의한 절도는 5.6%(54건)에 불과했다.
이로 미뤄, 손님들이 주로 방문하는 오후 3시에서 오후 9시 사이에 가장 많은 범죄가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혼잡한 시간에 주로 일어난다는 의미다.
꽃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유난스럽게 정신을 산만하게 만드는 손님이 나가고 나면 어김없이 물품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2014년 8월까지 2년 간 편의점을 운영했던 최희정(여·33)씨도 "3달에 한번 나오는 본사 재고 조사에 대비해 매달 30만원씩 빼놓는다"며 "물건들이 사라지는 경우 때문인데, 안주 같은 것을 슬쩍 집어가는 등 손님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진열된 유리잔, 포크, 수저, 텀블러 등을 가방에 넣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카페에 진열해 놓은 책이 개업 직후 절반 이상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
숙박업계에서도 손님에 의한 절도는 빈번했다. 특별한 감시가 이뤄지기 힘든 모텔 객실에서 수건이나 화장품은 물론 전화기와 헤어드라이기까지 훔쳐가는 경우가 있었다.
모텔 운영자 안모씨는 보고서에서 "3개월에 한번씩 새로 구매하는 수건이 200장 가량 된다"고 토로했다.
절도 발생이 가장 많은 계절은 가을(9~11월)로 나타났다. 314건으로 32.8%를 차지했다. 여름(6~8월) 27.2%(261건), 봄 22.2%(213건)이었고 겨울이 17.7%(170건)로 가장 적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자들은 아무래도 범죄가 용이한 시간인지, 검거가 쉽게 될 수 없는지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장소에 따라 시간에 따라 범죄 수법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장의 경우 사람이 빈번해서 주인의 주의가 분산됐을 때를 노릴 것이고, 집은 빈집이 되는 시간대를 노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