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2000년 8월 10일 새벽 2시경 전북 익산 약촌 오거리에서 택시기사가 12차례나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은 동네 다방 배달을 하던 소년 최군의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3일 후, 최군은 느닷없이 용의자로 몰려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최군이 택시기사와 말싸움 끝에 그를 살해하고 증거를 인멸, 목격자인 것처럼 보이려고 다시 돌아와 경찰에 진술했다’고 밝혔다.
실화는 힘이 세다. 허구가 아닌, 실제로 일어난 일을 소재로 한 영화는 보다 많은 관객을 더 쉽게 사로잡는다. 진짜라서 더 뭉클하고, 묵직하게 와 닿기 때문이다. ‘재심’도 그렇다. 이 영화는 지난 2013년과 2015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한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물론 재구성 과정은 거쳤다. 메가폰을 잡은 김태윤 감독은 굵직굵직한 팩트 위에 영화적 설정을 더했다. 극을 이끄는 두 축, 현우와 준영 캐릭터는 실존 인물인 최군과 박준영 변호사를 만났을 때 느낀 감정과 그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
다만 김 감독은 진실이 밝혀지고, 누명을 벗게 되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현우의 억울함에 완전히 포커싱 됐거나 변호사 준영의 맛깔나는 법정신이 존재해야 했다. ‘재심’을 ‘휴먼드라마’라고 칭한 김 감독은 현우와 준영,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다층적인 성격을 살려 이야기를 채웠다. 다행인 건 그럼에도 불구, 단순 신파 드라마로 빠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의도하지 않았다지만, ‘재심’은 분명 사회 고발성 성격도 띤다. 김 감독은 부정하고 부패한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억울한 누명을 쓴 소년 현우와 그를 변호하는 변호사 준영은 강하늘과 정우가 각각 열연했다. 극을 끌고 가는 힘이 대단하다. 이들은 (다른 이유와 형태로) 급변하는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을 흔들림 없이 소화해 냈다. 특히 ‘동주’(2016) 이후 또 한 번 폭발적인 연기를 보여준 강하늘이 인상 깊다. 아들 현우의 무죄를 확신하는 엄마, 김해숙의 가슴 절절한 연기야 언제나처럼 완벽하다.
덧붙이자면, 실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10년 징역형을 채운 소년 최군은 지난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진범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는 15일 개봉. 15세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오퍼스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