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투자예산, 전년比 3조 감소한 14.6조..집계 후 최저치
대행개발 전환 등으로 손실 축소..개발부담 민간 떠넘기기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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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채 감축을 위해 예산 집행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개발지역 기반시설, 임대주택 건설 등 LH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임무까지 소홀하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철도시설공단, 행정중심복합도시개발청 등이 경기 회복을 위해 예산을 조기집행하는 것과 대치되는 모습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투자 자금으로 14조4600억원을 집행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 수준이다.
LH가 집행한 투자 예산은 지난 2012년에는 20조9300억원에 달했다. 이후 점차 줄어 2013년 19조1600억원, 2014년에는 17조4200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2015년 17조7000억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이듬해 14조원대로 급감한 것.
투자 예산은 임대주택 건설과 택지개발지구 기반시설 공사, 토지보상,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등에 쓰인다. 도시조성 및 재생, 국책개발, 주거복지와 같은 건설 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LH 도시건축사업과 관계자는 “신규 PF 사업과 신도시 조성을 하지 않아 투자예산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사업 손실 및 리스크(위험성)가 줄어 영업이익 증가와 같은 재무구조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LH의 소극적인 사업 추진으로 인해 주거복지나 도시재생사업도 함께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LH가 투자 예산을 줄이기 위해 도시 재생사업 등을 자체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다 보니 사업 지체가 장기화하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최근 민간 사업자가 가려진 과천정보지식타운 개발사업은 2차례 입찰이 유찰되는 사태를 겪었다. 민간 사업자를 결정하는 데 1년 넘게 지연돼 착공 계획도 2년 정도 늦어졌다. 오는 2018년 12월로 예정했던 당초 준공 계획도 장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 사업의 민간 사업자는 단지 조성공사와 분담금 등 지구 조성사업에 3000억원 이상 투자해 임대주택건설 공사비를 부담한다. 투자비는 지하철이 들어서는 중심상가 주변 지역 공동주택 5개 필지 중 3개를 우선 공급받는 방식으로 회수한다.
올해 창원가포지구 사업은 한 차례 유찰된 후 두 번째 공모에 민간 사업자를 선정했다. 3호 양산사송지구는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가 적어 공모가 지연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위례신도시 우남역(가칭), 국지도 84호선(동탄2신도시~용인 연결) 공사 등도 착공이 계획보다 1년 넘게 미뤄졌다. LH가 미온적으로 도시 기반사업을 진행해 주변 지역민들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최근 신규로 진행한 PF 사업도 없다. PF사업이 잇따라 손실을 보고 있어서다. LH가 민간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PF사업 가운데 성남 판교신도시 ‘알파돔시티’, 충청도 아산 배방 복합단지 개발사업인 ‘펜타포트’를 비롯한 주요 PF 사업장 8곳이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대형 PF 사업에 사실상 실패해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최근에는 아예 신규 사업을 접었다.
이러는 사이 LH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작년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000억원 늘었다. 총부채는 전년 대비 3조7000억원 감소했고 이자를 부담하는 금융 부채는 2009년 통합 이후 처음으로 80조원대인 89조9000억원으로 떨어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LH가 개발 사업을 대부분 민간 공동 개발형으로 변경해 민간 건설사가 느끼는 투자 부담이 크다”며 “부채 감축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기반시설 및 공공공사 발주 확대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