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의 홍길동(윤균상) <사진=SBS> |
[뉴스핌=김세혁 기자] SBS 사극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 막을 올리면서 역사 속 홍길동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홍길동은 원래 조선조 실존인물로, 이를 바탕으로 한 소설 '홍길동전'이 발간되기도 했다. 30일 첫방송한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은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천대를 받은 끝에 영웅으로 거듭나는 인간 홍길동에 집중했다. 드라마 속 홍길동은 과연 실제, 그리고 소설 속 인물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속 홍길동
드라마 속 홍길동은 '홍길동전'과 달리 도술을 부리는 인물이 아닌, 인간 그대로의 캐릭터로 묘사된다. 조선왕조 최악의 폭군 연산군 시절, 억압된 백성을 훔쳐서라도 자유를 주려던 강한 의지의 소유자가 곧 드라마 속 홍길동이다.
당연히 드라마 속 홍길동은 비와 바람을 부르거나 도술은 부리지 않지만 무척 비범한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첫회부터 힘이 센 소년역사로 묘사됐다.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1회에서 꼬마 홍길동은 낫을 숟가락처럼 구부러뜨리는가 하면 어른 팔뚝보다 두꺼운 통나무를 두동강냈다. 심지어 발길질 한 번으로 얄미운 양반집 아들을 향해 절구를 날려버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연산군 시대의 실존인물 홍길동
사실 홍길동은 엄연히 실존인물이다. 연산군의 폭정이 극에 달하던 1500년(연산군 6년)을 전후, 한양 근처에서 활약하던 농민무장대의 지도자가 바로 홍길동이다. 당시 땅을 가진 양반들의 기세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농민들은 살기가 팍팍했다. 결국 터전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간 이들은 세를 불려 관군과 대치했다.
이들은 살기 위해 봉기한 농민무장대(조정에선 도적 무리라 했다)였는데 홍길동은 이들을 이끄는 우두머리 중 한 명이었다. 스스로를 첨지라 칭한 홍길동은 양반 관리처럼 차려입고 팔도의 여러 관청을 습격, 농민 사이에 명성이 자자했다. 허균의 '홍길동전'은 그를 모티브로 완성된 소설이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 속 홍길동
조선 광해군 시절 정치가 겸 학자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의 주인공 역시 홍길동이다. 허균은 부패한 사회를 개혁해 새로운 세상을 이루고자 했던 혁명사상을 '홍길동전'에 녹여냈다.
소설 속 홍길동은 판서 벼슬을 하는 양반 홍문과 노비 출신 첩 춘섬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비범한 홍길동은 영웅호걸의 기질이 충분했으나 신분이 발목을 잡았다.
서자 홍길동은 호형호제도 허락되지 않은 처지를 비관했다. 벼슬길은 이미 막혔다 판단한 홍길동은 어려서부터 산속으로 들어갈 결심을 한다. 이 와중에 홍 판서의 첫째 첩 초낭이 남편의 애정을 듬뿍 받는 홍길동 모자를 해하려 했다. 하지만 초낭이 쓴 살수는 열 살이 겨우 넘은 홍길동을 당하지 못했다. 이미 몸집이 크고 학문에 정통하며 둔갑술에 축지법, 분신술까지 부릴 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집을 떠난 홍길동은 도적 떼 소굴을 발견하고, 시험을 치러 우두머리가 된다. 이 때부터 홍길동은 팔도를 돌며 탐관오리를 골탕먹이고, 빼앗은 재물을 백성들에게 돌려줬다. 이 무렵 홍길동 무리는 '활빈당'으로 불렸다.
굶주린 백성들은 홍길동을 반겼지만 조정은 반대였다. 임금은 길동의 형 길현을 관찰사에 앉히고 동생을 잡아들이라 닥달했다. 홍길동은 분신술을 써 임금 앞에서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나라의 현실을 고한 다음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에도 홍길동은 수 차례 조정을 농락했고, 지친 임금은 그의 청대로 병조판서 벼슬을 내렸다. 뜻을 이룬 홍길동은 임금에 큰절을 한 뒤 하늘로 사라졌다.
조선을 떠난 홍길동은 성도라는 섬에 터를 잡았다. 요괴에게서 구한 세 여인을 부인으로 맞았고, 부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잠시 조선을 다녀오기도 했다. 성도 근처에 율도국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홍길동은 사치와 향락에 빠진 이곳 왕을 치고 백성들의 뜻에 따라 왕이 됐다. 홍길동은 72세가 되던 날 왕비와 산으로 들어갔고, 이후 자취를 감췄다.
신동헌 감독의 '돌아온 영웅 홍길동'(1995) 중에서. 동생 신동우 화백의 원작 그림체가 선명하다. <사진=영화 '돌아온 영웅 홍길동' 스틸> |
■만화, 애니, 영화로 탄생한 홍길동
전우치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 홍길동은 만화와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될 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만화의 경우 고 신동우 화백과 고 고우영 화백의 작품이 유명하다. 1965년 신문에 연재된 신동우 화백 작품은 형 신동헌 감독에 의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만큼 인기였다. 신동헌 감독은 1995년 신현준 등이 목소리를 연기한 '돌아온 영웅 홍길동'도 선보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