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 앞서 상장 두 차례 무산…왜
발전사들 "PBR 1배? 아직 확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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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광수 기자]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이 상장(IPO)주관사 선정 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동발전은 지난 10일, 동서발전은 13일 각각 상장 대표·공동 주관사를 선정해 상장 초기작업에 착수했다. 남동발전의 경우 앞서 두 차례 상장 시도를 했으나, 공모가가 맞지 않아 주관사만 선정하고 무산된 바 있다. 업계에선 이번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럴만한 이유들이 있었다.
◆ 남동발전, 13년 전에도 공모가 때문에 상장 무산
에너지 공기업 상장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2년 정부는 당시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민영화를 추진하며 그 중 남동발전을 우선매각 대상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선매각 후상장'으로 민영화 추진 계획을 세웠지만 매각 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선상장 후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남동발전 <사진=한국남동발전> |
하지만 상장에 실패했다. 공모가가 걸림돌이었다. 2004년 당시 남동발전 장부가는 2만9000원대. 반면, 공동 상장 주관사였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현대증권(현 KB증권), LG증권(현 NH투자증권)이 제시한 공모가는 1만6000원~2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한국전력의 PBR(주가순자산배율)은 0.5배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정부는 자회사인 남동발전의 PBR로 1배 수준을 고수했다. 결국 상장은 불발됐다.
이듬해 정부는 한차례 더 상장을 시도했지만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정부는 2005년 삼성증권과 현대, 대우, LG 등의 증권사에 예상공모가 산정을 의뢰하는 등 상장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제시한 공모가는 마찬가지로 1만6000원대로 당시 장부가인 2만9400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당시 정부는 증시 상장이 어렵다고 결론내고 상장 작업을 중단시켰다.
당시 공동 주관사에 몸담아 상장을 준비했던 한 관계자는 "장부가와 공모가간 괴리가 커 검토만 1년 넘게 하다가 그만뒀다"며 "13년이 흘렀지만 이번에도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업계에선 상장이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외국계 IB(투자은행)가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겠냐"면서 "비현실적인 PBR과 수수료 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남동발전 주관사 선정에는 HSBC가 유일하게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고, 동서발전에는 외국계 어느 한 곳도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 업계 "손실 날 수도 있어"
남동발전 대표 주관사로 선정된 미래에셋대우가 제시한 PBR은 1배, 한국투자증권이 동서발전측에 제시한 PBR은 1.5배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전력의 PBR은 0.4배 수준이다. 시장에서 보는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의 PBR도 0.4~0.5배 정도다. 상장 주관사가 '리그테이블 실적 쌓기용'으로 높은 PBR을 제시했지만 시장에서 바라보는 적정 PBR은 13년전과 달라진 게 없다.
한국동서발전 <사진=한국동서발전> |
이에 수수료는커녕 상장주관사의 손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제시한 PBR로 산정한 공모가에 물량을 팔지 못하면, 남은 물량을 주관사가 모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관사로 선정된 후 공모가를 변경할 수 없음을 명시한 동서발전 제안요청서<자료=동서발전> |
13년 전보다 악화된 수수료율도 손실 우려를 높인다. 2004~2005년 당시 주관사들은 남동발전 상장 수수료로 140bp(1.4%)를 제시했다. 이번에 미래에셋대우가 남동발전 수수료로 제시한 것은 20bp(0.2%), 한국투자증권이 동서발전에 제시한 수수료는 10bp다. 주관사 평가기준에 '수수료율'이 단일 항목으로 25%나 차지하기 때문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인건비 등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손실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경우는 최악의 경우로 (수수료가) 낮은 것 같다"며 "지난 2007년 상장한 한전기공(현 한전KPS)도 이정도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전기공은 당시 상장 주관 수수료로 150bp(1.5%)수준이었다. 이 관계자는 "한전과 기재부 모두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의 상장 주관사 선정 기준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상장 평가 기준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정부 "관여 안할 것"…발전사 "PBR 확정 안돼"
하지만 업계의 인식과 바람대로 상장 평가 기준이 쉽게 바뀌긴 어려워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2004~2005년 당시 장부가와 시장 밸류에이션에 차이가 있어 남동발전이 상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관 자체적으로 평가기준을 만들고 대표 주관사를 선정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기재부 차원에선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남동발전과 동서발전 이외에도 2020년까지 차례로 상장할 나머지 에너지 공기업 6곳(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한국가스기술공사) 상장도 고평가와 저수수료 논란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상장 당사자인 남동‧동서발전에선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발전 자회사 한 관계자는 "동서와 남동발전 모두 PBR이 1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공모가도 말 그대로 희망 가격일 뿐 향후 기관대상 수요예측 과정 등을 거치며 주관사와 협의해 적정 공모가격 밴드를 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낮은 수수료율에 대해선 "증권사들이 리그테이블에 무게를 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낮아진 것일뿐 주관사 선정 기준으로 수수료를 낮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