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실상 인정…몸통은 朴 대통령?
국회 소추위, 朴 '사상·표현의 자유' 침해 추가 전망
[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보다 불리한 싸움을 이어가게 됐다. 탄핵 소추사유에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헌법 위배 조항이 추가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법원은 21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문화계 좌파 성향 인사들을 추린 명단인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한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박 대통령은 탄핵법정에서 보다 힘겨운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다섯 가지 탄핵 소추사유 유형 중 뇌물수수 등 법률 위반 사항에 대한 박 대통령 혐의 입증은 다소 어렵게 됐지만, 오히려 시간낭비의 여지를 줄이고 박 대통령이 불리한 나머지 4개 유형에 대한 심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기존 탄핵 소추사유에 포함된 헌법 위배 조항 외 헌법 제19조에 명시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 위반을 추가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까지 구속되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조직적으로'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명단에 이름이 올라간 인사들에게 직·간접적 불이익을 줬다는 게 소명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단으로 박 대통령은 뇌물죄와 연결고리가 약해진 대신 헌법 위배 사항에 대해서는 코너에 몰리게 된 것이다.
실제 조만간 탄핵소추안을 새로 작성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인 국회 소추위원 측에서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국회 소추위원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탄핵소추사유서를 헌법위배 사항 위주로 재작성할 예정"이라고 지난 20일 기자회견 했다.
이렇게 되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헌법재판소 탄핵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거나 이들의 진술 조서가 추가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현재까지 박 대통령의 핵심 소추사유와 관련된 주요 인물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은 모두 이번 탄핵심판 공개변론에 출석해 증언했다. 또 이들의 증언과 검찰 진술조서 대부분이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되기도 했다.
만약 이들 두 사람이 추후 탄핵법정의 증인으로 나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대신 박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다고 증언할 경우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배 정황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